비명조차 멎은 무릎, 다시 뛴 ‘두 개의 심장’…박지성, 모두를 울린 ‘7분의 사투’

수개월 시술 견디며 준비한 ‘단 7분’…전설이 남긴 마지막 땀방울
에브라가 부르고 박지성이 답했다…빅버드에 울려 퍼진 ‘위숭빠레’
5번의 패스와 8번의 터치…기록 너머에 새겨진 ‘캡틴’의 진심

그의 무릎은 이미 오래전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차오르는 날카로운 통증은 은퇴 후 12년이 지난 지금도 그를 괴롭히는 그림자였다. 아이들과 공놀이를 해주는 평범한 일상조차 허락하지 않던 고장 난 엔진. 하지만 지난 19일 저녁,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조명이 켜지자 전설은 다시 축구화 끈을 조여 맸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이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OGFC(더 오리지널 FC) 대 K리그2 수원 삼성과의 경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며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영원한 캡틴’ 박지성은 이날 열린 수원 삼성 레전드 팀과의 이벤트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에 다시 서게 돼 가슴이 벅차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번 경기는 단순한 이벤트 이상의 의미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파트리스 에브라, 리오 퍼디낸드, 라이언 긱스 등과 함께 ‘OGFC’라는 팀을 꾸려 다시 뭉친 것. 특히 “죽기 전에 지성이한테 한 번은 패스를 해야겠다”며 설득한 ‘절친’ 에브라의 진심이 박지성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

 

이번 ‘7분 투혼’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사투였다. 박지성은 자신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마지막 질주를 선물하기 위해 수개월간 준비에 매달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날아가 고통스러운 줄기세포 치료와 무릎 시술을 견뎌냈지만, 냉혹한 신체 조건이 허락한 시간은 고작 7분이었다.

 

3만여 관중이 일제히 기립한 순간은 후반 38분이었다. 장내에 ‘13번 박지성’이 호명되고 그가 네마냐 비디치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자, 경기장에는 그의 상징과도 같은 응원가 ‘위숭 빠레’가 울려 퍼졌다. 붉은 맨유 유니폼과 푸른 수원 삼성의 머플러가 뒤섞인 관중석이 요동쳤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이 19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OGFC(더 오리지널 FC) 대 K리그2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 뉴시스

이러한 환호에 화답하듯, 다시 피치 위에 선 박지성은 곧장 ‘산소 탱크’의 엔진을 돌렸다. 현역 시절처럼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쉴 새 없이 오가는 그의 움직임에는 세월의 무게가 무색했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송종국과 마주하며 치열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팬들을 22년 전 뜨거웠던 여름 기억 속으로 소환한 이날의 백미였다.

 

경기 막판 이병근의 깊은 백태클에 쓰러지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으나, 그는 특유의 환한 미소로 상대를 안심시키며 관중석의 우려를 환희로 바꿨다. 이날 박지성이 기록한 지표는 5번의 패스와 8번의 볼 터치. 누군가에게는 짧은 찰나일지 모르나, 극심한 통증을 이겨내고 다시 한번 ‘두 개의 심장’을 가동한 그의 헌신은 승패를 넘어선 감동을 안겼다. 경기는 수원 삼성 레전드 팀의 1-0 승리로 끝났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이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OGFC(더오리지날FC)와 K리그2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볼을 향해 달리고 있다. 뉴스1

박지성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회복 속도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더 많은 시간을 뛰었을 것”이라며 팬들을 향한 미안함과 진심을 전했다. 이어 다가올 월드컵을 앞둔 후배들에게 “부상 없이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7분간의 짧은 질주는 끝이 났다. 하지만 전설이 그라운드에 남긴 마지막 땀방울은 수원의 밤하늘 아래 팬들의 마음속에 깊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