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1일 밤, 광화문광장은 거대한 ‘입자 가속기’였다. 10만4000명의 인파가 뿜어낸 열기는 국경의 마찰력을 증발시켰고, 세계는 실시간으로 진동했다. 그 뜨거운 진동 속에서 나는 우리 교육이 넘어야 할 ‘임계점’을 보았다. BTS는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공명’하며 요동치는데, 우리 교실의 시계는 왜 입시라는 차가운 정적 속에 멈춰 서 있는가.
최근 교육계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두고 시끄럽다. 누군가는 지능적 도약을 전망하고, 누군가는 인지 주권의 상실을 우려한다. 하지만 BTS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양자 얽힘’의 기적을 이뤄냈듯, AI 교과서 역시 기기 보급을 넘어 아이들을 세계라는 거대 회로로 연결하는 도약대여야 한다.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보급률을 높이는 것은 양적 팽창인 ‘스칼라(Scalar)’의 함정일 뿐이다. 진짜 교육 혁명은 도구가 아니라, 아이들이 세계와 공명하여 자신만의 가치를 지닌 ‘벡터(Vector)’를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 임계점을 넘지 못하는 지금의 교실은 전형적인 ‘고립계’다. 외부와의 소통 없이 내부 마찰열만 높이다 스스로 붕괴하는 시스템이다. 얼마 전, 통계학자를 꿈꾸며 매진하던 제자가 수능 점수에 맞춰 전공을 바꾼 뒤 ‘인서울’ 대학에 합격했다며 웃었다. 축하를 건넸지만 나는 속으로 울었다. 아이의 꿈이 가진 벡터가 점수라는 스칼라값에 함몰되어 증발해 버린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실수를 나의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지독한 마찰력이 아이들의 생명력을 갉아먹고 있다.
김현태 고등학교 통합과학 교사·전 서울 신림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