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韓 인프라·印 인재 만나 AI 시너지 기대”… 전방위 협력 확대 [韓·印 정상회담]

국빈 방문 숨 가쁜 일정

모디 총리와 간디 추모공원 방문
소인수·확대회담… 실질협력 논의
CEPA 개정 추진 등 MOU 9건

이재용·정의선·구광모 회장 등
재계 총출동 비즈니스 포럼 개최
기술 협력으로 관계 재설계 나서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공식환영식과 정상회담, 양해각서(MOU) 교환식,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까지 소화하며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수준에 걸맞게 끌어올리는 동시에, 조선·금융·인공지능(AI)·방산 등 전략산업을 축으로 경제협력을 한 단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印 국기 상징 초록색 넥타이 매고…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화동들에게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인도 국기 색을 담은 초록색 넥타이를 착용하며 인도에 대한 존중을 드러냈다. 김혜경 여사도 같은 색 치마 한복을 입었다. 뉴델리=남정탁 기자

◆李 취임 후 세 번째 만난 모디

이 대통령은 이날 뉴델리의 인도 대통령궁 라슈트라파티 바반에서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나렌드라 모디 총리, 드라우파디 무르무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인도 국기 색상인 남색과 주황색이 들어간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 역시 남색 투피스를 착용했다. 국빈방문에 맞춰 양국 우호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 대통령 내외는 모디 총리, 무르무 대통령과 함께 이동한 뒤 인도군의 의장대 사열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인도의 외교 관례에 따라 간디추모공원을 방문해 헌화하며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마하트마 간디님의 평화 정신으로 온 세상이 평화로 가득하길 기대하며 함께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뉴델리 대통령궁 광장 라슈트라바티 바반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날 외교 일정의 핵심은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이었다. 이 대통령은 오후 들어 모디 총리와 소인수회담과 확대회담을 잇달아 가졌다. 이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만남은 지난해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회담에서는 경제안보와 공급망, 첨단산업, 문화교류 등 양국 협력 전반이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담 후 진행된 MOU 교환식에서는 양국 정상 임석 하에 6개 문건이 교환됐다. △항만협력 MOU △산업협력위원회 신설 MOU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협상 재개 공동선언 △문화창조산업 협력 MOU △디지털 브리지 프레임워크 △중소기업 협력 MOU 등이다. 이외에도 과학기술 협력 MOU와 문화교류계획서, 철강 협력 MOU, 기후·환경 MOU 등 9개 문건도 체결됐다. 양국이 전통 제조업뿐 아니라 디지털, 문화, 기후 대응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동언론발표에서 이 대통령은 “오늘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의 발전은 물론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해 매우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눴다”며 “저와 모디 총리는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대한민국과 인도가 상호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최적의 전방위적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기존 경제협력을 더욱 고도화하는 한편 조선·금융·AI·국방·방산을 비롯한 전략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고 문화와 인적교류도 한층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간디 묘소 방명록에 “평화 노력할 것”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인도 뉴델리 간디추모공원을 참배하기 전 작성한 방명록. 뉴델리=남정탁 기자

◆기술 협력으로 양국 관계 재설계

이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양국이 공동 주최한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8년 만에 이뤄진 한국 정상의 인도 국빈방문을 계기로 열린 대규모 경제 행사로, 양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등 600여명이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교역·투자, 첨단산업, 문화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경제협력의 질적 도약 청사진을 제시했다.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산업구조 전환과 기술 협력을 함께 끌어가는 파트너십으로 한·인도 관계를 재설계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또 양국 대표 기업인들에게는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투자와 협력을 당부했다.

한국 측에서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조선, 철강, 전기·전자, 자동차, 소비재 분야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인도 측에서는 산마르(Sanmar) 그룹의 비제이 산카르 회장과 에사르(Essar) 그룹 라비칸트 루이야 부회장 등 화학, 철강, 바이오, 소재 분야 기업인 등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대통령궁에서 열린 국빈 방문 공식환영식에서 드로우파디 무르무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공동취재

포럼 세션에서는 첨단 제조와 철강, 디지털 경제, 에너지 전환 등 유망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의 실질적 협력 방안이 오갔다. 포스코, 현대차, 크래프톤 등이 발표에 나서 산업별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공개된 현지 언론 ‘나브라바트 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다자주의에 대한 도전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도와 한국이 글로벌 리더로서 함께 협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양국 간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CEPA 개정을 위한 협상을 진전시키는 것이 중요한 우선과제”라며 “전자 및 자동차와 같은 전통 산업을 넘어 조선·금융·방위산업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 ‘메이크 인 인디아, 코리아와 함께(Make in India, Together with Korea)’라는 비전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해 한국의 수준 높은 AI 인프라와 인도의 풍부한 AI 인재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