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례를 비롯해 낮은 성공률 등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병폐와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지역주택조합 피해 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지역주택조합(지주택)은 618개소로, 2020년(573개소)보다 7.85% 증가했다. 그러나 과반(51.2%)에 달하는 316개 조합이 여전히 조합원 모집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주택 사업은) 준공까지 마쳐 성공한 사업장 기준으로 통상 10년이 걸리는데, 사실 수많은 사업장이 좌초되는 실정”이라며 “그만큼 사업 속도를 높이면서도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사업 지연의 대표적 원인은 사업부지 내 일부 토지주가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알박기’ 문제다. 이에 국토부는 사업계획승인을 위한 토지 소유권 확보기준을 기존 95%에서 일반 주택건설사업과 동일한 80%로 완화한다. 이 경우 사업진행 속도가 약 1∼2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업무대행사(공동시행자) 등이 소유한 토지에 대해서는 보유기간(현 10년 내) 관계없이 매도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일부 토지 알박기로 인한 사업지연과 사업비 증가를 방지하도록 했다. 조합이 사업부지 대부분을 사들이면, 나머지 토지도 시가로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원주민의 재정착을 돕도록 사업지 내 주택을 보유 중인 원주민도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자본금, 전문인력 등 엄격한 기준을 갖춘 업체만 조합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한 ‘대행업 등록제’가 도입된다. 조합 운영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됐다. 국토부는 “조합이 자금의 인출·사용 내역과 증빙자료를 조합원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정보 미공개 시 자금인출을 제한토록 했다”며 “정보공개 대상자료도 구체화하고 회계감사도 확대하는 등 깜깜이 조합 운영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행사나 업무대행사 임직원 등 특수관계인의 조합임원 선임을 제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업이 완료된 조합은 1년 이내 해산총회 개최를 의무화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미해산 시 지자체가 직권으로 해산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사업 완료 후 조합장이 해산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잔여업무 정산을 핑계로 조합을 유지하며 매달 수천만원의 급여와 운영비가 지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때 한국부동산원 등 전문기관의 검증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과거 건설업계에서는 조합의 비전문성을 악용해 일부 공정을 제외한 공사계약서와 저렴한 도급금액을 제시한 뒤, 추후 설계변경을 요구하거나 공사 과정에서 자재 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의 공사비를 추가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표준도급계약서를 통해 공사계약서에 세부산출 근거와 증액기준 등을 명확히 적어 공사비 분쟁도 예방할 계획이다. 이 밖에 가입 초기단계에서 조합원이 사업가능성 등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탈퇴와 환급이 가능한 가입 철회기간도 기존 30일에서 60일로 연장한다. 부실한 사업은 적기에 종결될 수 있도록 하고, 전수실태점검과 지원기구를 통해 위험도가 높은 조합은 법률 자문, 출구전략 등 컨설팅도 지원할 예정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사업 속도는 높이고 조합원의 사업 위험은 줄이는 구조로 개편됐다”면서도 “여전히 난도가 높은 사업인 만큼 매입자 스스로 토지확보율이 높은 곳, 대형 건설사 참여 여부, 역세권 핵심입지 등을 가려 매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