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없다고 우회전 ‘휙’… “위반입니다”

일시정지 제도 단속 첫날 혼선

“사람 없는 것 확인 후 지나가” 항의
경찰 “신호 끝날 때까지 정지해야”
두 달간 법규 오인사례 중심 계도
“분명히 사람 없는 것 확인하고 갔는데, 너무한 거 아닙니까?”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려던 오토바이 운전자 A씨는 경찰 단속에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서행도 일시정지 아니냐”고 반발했지만, 그가 우회전했을 때는 여전히 보행자 신호가 켜져 있었다. 현장을 단속한 경찰관은 “건너려는 보행자가 많을 때는 신호가 끝날 때까지 일시정지하셔야 합니다. 범칙금 4만원과 벌점 10점입니다”라고 고지했다.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사거리 건널목에서 서울 수서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우회전 일시정지 규칙 위반 운전자를 단속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오후 30분 동안 우회전 통행 방법 위반 운전자 5명을 단속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적색신호를 만나거나, 보행자가 신호를 받고 건널목을 건너려고 할 때 운전자가 녹색신호를 받더라도 우회전하지 말고 멈춰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과 벌점이 부과된다. 승합차 7만원, 이륜차 4만원, 자전거·손수레 등은 3만원이 부과된다. 이날 단속에 걸린 한 트럭 운전자는 끝 차선이 아닌 중간 차선으로 미리 진입하는 식으로 우회전하다가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으로 범칙금 4만원을 내기도 했다.

 

‘우회전 일시정지’는 2023년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회전 교통사고 사망률마저 높아 경찰이 대대적 단속에 나섰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회전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는 56.0%로 과반이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사망자가 보행자인 경우가 36.3%인 것에 비해 크게 높다. 

 

운전자의 사각지대가 커질수록 보행자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큰 승합차나 화물차의 경우 우회전 보행자 사망사고의 66.7%(전체 42건 중 28건)를 차지했다. 보행사망자 중 65세 이상 고령보행자가 54.8%로 우회전 사고에서 교통 취약계층 사고 위험도가 높다고도 지적했다. 

 

경찰청은 이날부터 6월19일까지 2개월 동안 우회전 통행 방법 위반에 대한 집중단속에 나선다. 경찰은 그동안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우회전 통행방법을 추가해 운전자들의 인식을 도모하고 횡단보도를 교차로 곡선부보다 더 안쪽으로 설치하는 등 안전한 보행환경을 위해 제도를 바꿔왔지만 인식 개선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전방 차량 적신호 시 일시정지를 않거나 일시정지 의무를 지키는 차량을 향해 경적을 울리는 등 운전자 사이 마찰과 법규 오인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적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우회전 사고 위험이 큰 구간을 중심으로 집중단속을 한다”고 밝혔다. 

 

박용칠 수서서 교통안전계 선임팀장은 이날 단속을 마치고 “대치동 특성상 어린이나 노인이 많은데, 교통 상황에 대한 판단이 늦을 수밖에 없는 교통 약자”라며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사고 예방 차원에서라도 우회전 시 1∼2초 멈추는 미덕을 갖춰 선진 교통 문화를 만들어가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버스와 화물차 등 대형 차량의 우회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운수업체 대상 교육과 홍보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