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맹 시각장애인인 안제영(31)씨는 20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민간에 보편화돼 있지는 않으니 체감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다른 전맹 시각장애인인 김준형(34) 알리의 접근성연구소 연구원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이용해본 적도 없고 이용 가능한 매장이 있다는 얘기도 못 들어봤다”며 “키오스크가 있다고 해도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 눈치가 보여 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1월부터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구비해야 하지만, 정작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한 매장 자체를 찾기 어렵고, 설치돼 있더라도 시각장애인이 직원 안내 없이 키오스크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17∼20일 서대문구 내 키오스크가 설치된 매장 17곳을 방문한 결과,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음성안내 기능 등을 탑재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구비한 매장은 맥도날드 프렌차이즈 매장 1곳뿐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그 시행령은 키오스크를 설치·운영하는 경우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위해선 청각 및 촉각으로 시각을 대체하는 보완적 수단을 제공하는 키오스크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극소수의 매장에서만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도입하다 보니 장애인들이 제도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서인환 장애인인권센터 대표는 “어디에는 있고 어디엔 없으니 장애인들이 (사용) 시도 자체를 안 하게 된다”며 “과거 저상버스 같은 경우에도 일부만 도입되다 보니 출발 지점에서 저상버스를 탔는데, 중간에 환승해야 하는 곳에 저상버스가 없어서 아예 못 타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가 의무화됐음에도 변화가 더딘 원인으로는 이 법의 ‘예외조항’에 해당하는 매장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 꼽힌다.
이 법은 소상공인이나 바닥 면적 50㎡ 미만 시설일 경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대신 호출벨을 설치하거나, 대체 인력을 배치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법을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배리어프리 키오스크·호출벨 설치 여부 등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니 의무화 여부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자체가 시각장애인에게는 ‘무용지물’이라며 법 자체가 시각장애인 등 장애 당사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종로구 한 김밥집은 지난해 5월 사비를 들여 200만여원 더 비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했지만 현재까지 사용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1명뿐이며 시각장애인은 없었다고 한다. 이 키오스크에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점자가 부착돼 있고 음성으로 메뉴를 읽어주는 기능이 탑재돼 있었다. 그러나 키오스크 위치 안내를 위해 매장 입구에 별도 직원 호출벨을 설치한 맥도날드와 달리 키오스크 위치를 알려주는 호출벨 등은 없었다.
시각장애인 개발자 정승균(28)씨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것보다 스마트폰 등 개인이 사용하는 기기와 개인 스마트폰을 연동하는 등 방식을 도입하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과태료 부담이 있고 실질적으로 접근성 해소가 전혀 안 되고 있다”며 “정책 수혜자인 장애인뿐 아니라 소상공인 등 현장 사업자 등 당사자들이 정책을 만들 때부터 참여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