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정보 유출’ 논란에서 비롯된 후폭풍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모양새다. 정 장관은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 시설 소재지로 ‘평안북도 구성’을 지목했다. 그런데 이를 ‘미국이 알려준 기밀의 누설’로 받아들인 미국 측이 1주일 전부터 한국과의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나섰다니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급기야 해외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성 핵시설 존재는 각종 논문과 언론 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며 “기밀 누설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공언한 만큼 한·미 양국이 신속한 협의를 거쳐 구체적 진상을 파악하는 일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 만약 누군가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리고 이간질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가장 엄중한 책임을 물음이 마땅하다.
앞서 통일부는 정 장관이 해외 연구기관 보고서, 외신 보도 등 이미 공개된 자료에 기초해 구성이란 지명을 거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 장관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해 7월14일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구성에 우라늄 시설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 장관이 “청문회 때 구성을 언급했는데 그때는 아무 말 없다가 아홉 달이 지나서 느닷없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온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당혹감을 표시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미국 정보 당국이 뭔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일단 그것부터 해소하고 최대한 빨리 정보 공유를 복원해야 할 것이다.
어제 북한은 축구장 18개 면적 파괴가 가능한 집속탄을 장착한 신형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관영 매체를 통해 밝혔다. 이 같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려면 공고한 한·미 동맹과 연합 방위 태세 확립이 필수다. 그런데 정 장관은 비무장지대(DMZ) 출입권을 놓고 주한미군을 주축으로 한 유엔군사령부와 갈등을 빚더니 한·미 연합 훈련에도 반대하며 외교부·국방부와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대북 정책을 놓고 미국과 조율할 때 우리 외교·안보 라인은 ‘원팀’이 돼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