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로봇 마라톤

그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6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로봇들이 인간이 세운 세계 기록을 넘어섰다. 중국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뎬’은 약 21㎞를 50분 26초로 달려 1위를 차지했다. 100m를 약 14초대에 주파한 속도다. 원격 제어나 외부 유도 신호 없이 오로지 로봇의 ‘두뇌’와 센서에 의지해 달려 인간 하프마라톤 세계기록(57분 20초)을 앞지른 것이다.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1위를 한 톈궁의 기록(2시간40분)도 1시간50분이나 단축했다.

지난해 1회 대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작년에는 21대가 출전했는데 올해는 톈궁, 유니트리, 아너 등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사의 로봇을 훈련한 기업 80여 곳과 해외 참가자 등 105개팀이 출전했다. 지난해 출전 로봇들은 모두 사람이 리모컨으로 원격 조종을 했지만, 올해는 10대 중 4대가 별도의 조작 없이 스스로 경로를 판단해서 달렸다. 지난해 완주한 로봇은 6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7대가 결승선을 통과했다. 불과 1년 사이에 이뤄진 기술적 진전이 놀랍다. 내년에는 속도와 외형이 얼마나 향상될지 궁금하다.



중국은 올해 설 특집 방송에서 유니트리 로봇 십여 대가 어린이 공연자들 사이에서 칼·봉·쌍절곤을 휘두르는 무술 시연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 설치된 휴머노이드 로봇 1만6000대 중 80%가 중국에서 만들어졌을 정도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도하는 미국도 두려워할 정도다. 중국은 지난해 로봇 양산 단계 진입을 목표로 삼았고, 올해는 상용화 원년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로봇 굴기’ 속도가 실로 놀랍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는 인공지능(AI) 다음의 기술 최전선은 ‘피지컬 AI’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5년 안에 집집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두는 세상이 올 것이란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형 마트에서는 중국의 생활 도우미 로봇이 적지 않게 팔리고 있다. 국내 로봇 활용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글로벌 로봇 시장 점유율 상위 1% 안에 국내 기업은 단 하나도 없고 전망도 밝지 않다. 민관 모두 분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