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서 과연 ‘리빌딩’이란 개념은 존재할 수 있는가. 30개 구단이 경쟁을 하고, 연고 도시의 구매력과 구단주의 투자 성향에 따라 빅마켓, 스몰마켓이 확연히 구분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당장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윈 나우 팀’과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유망주들을 옥석가리는 ‘리빌딩 팀’이 나뉘어진다. 게다가 매년 세계 최고 수준의 유망주가 쏟아져 나오는 메이저리그에서는 프랜차이즈의 역사를 바꿀만한 초대형 루키들을 지명하기 위해 일부러 패해 드래프트 순번을 앞당기는 ‘탱킹’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는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 구단은 모기업의 빵빵한 지원이 있어 빅 마켓 팀으로 분류되고, 매년 우승에 도전하고, 도전해야만 한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농사만 잘 지어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게 KBO리그다. 팬들도 일부러 지는 ‘탱킹’을 용납하지 않는 문화를 갖고 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식의 리빌딩은 힘든 게 사실이다.
이제 KBO리그만의 ‘리빌딩’ 개념이 새로 필요할 때다. 마침 한국 야구 전문가들이 리빌딩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한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야구 현장을 취재해 온 20년 차 베테랑 정세영 문화일보 기자와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야구 칼럼니스트 유효상·손윤은 '리빌딩, 강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책에서 리빌딩을 체계적으로 규명했다.
4명의 공저자는 KBO리그식 리빌딩에 대해 “단기 성적의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팀의 기반을 완전히 다시 설계해서 새로운 경쟁력을 구축하는 혁신의 과정이며 단순히 선수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구단이 선수의 재능을 어떤 시간표로 육성하고 기다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장기적 설계”고 역설했다.
이 책은 스카우팅과 육성, 운영, 경영까지 구단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풀어낸다. 그간 야구 전문 도서들이 선수나 팀의 결과를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해왔다면, 이 책은 강팀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본격적으로 해부하기에 신선하다.
공저자들의 이력은 책의 무게를 설명한다. 한국야구기자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 기자는 현장 20년차 야구 기자다. 류 전 단장은 LG 트윈스, SK 와이번스, SSG 랜더스를 거치며 26년간 구단 프런트에서 일했고, 2022년 단장으로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끌었다. 손윤과 유효상 칼럼니스트는 아마야구 현장을 꾸준히 취재하며 유망주 발굴과 육성 시스템을 깊이 있게 다뤄왔다.
이 책은 총 4개 파트로 구성됐다.
파트 I ‘스카우팅: 한 번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현재 성적보다 좋은 결과가 반복될 이유를 읽어내는 일이 스카우팅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선수의 잠재력과 성장 경로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파트 II ‘육성: 재능은 시스템으로 완성된다’에서는 육성을 재능을 단련하는 작업이 아니라 실패를 견디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일로 본다. 신인이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적 완성도와 자기 루틴을 갖출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파트 III ‘운영: 성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에서는 감독 선임의 철학과 조직 운영의 일관성을 강팀의 기반으로 제시한다. 전력분석과 트레이닝 파트의 협업, 포수와 센터라인 강화 등 지속 가능한 승리를 위한 운영 원칙도 담았다.
파트 IV ‘경영: 강팀은 그라운드 밖에서 완성된다’에서는 KBO리그의 오너십 구조와 프런트 권한 위임 문제를 비롯해 인프라 구축, 팬 소통, 지역사회 협력, 미디어 대응 등 구단 경영의 핵심 과제를 폭넓게 짚는다.
각 파트 끝에는 김지훈 고려대 감독, 조성환 전 두산 베어스 감독대행,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 신영철 전 SK 와이번스 사장 등의 인터뷰도 담겼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더해지며 이론서에 그치지 않는 입체감을 확보했다.
이 책은 결국 프로야구를 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 묻는다. 왜 어떤 팀은 오래 강하고, 어떤 팀은 잠깐 반짝한 뒤 무너지는가. 그 질문에 대해 현장 취재와 프런트 실무, 아마야구 관찰이 한데 엮인 답을 내놓는다. ‘리빌딩, 강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21일 전후 전국 서점에 입고돼 본격 배포될 예정이며, 인터넷 서점에서는 20일부터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