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상위 20곡 중 12곳이 발라드 과거 발표 노래들 꾸준히 사랑받아 90년대 대표 가수 김현철·윤상·이현우 ‘보컬 신’ 고유진·더원·KCM 합동공연 씨야·김정민·박혜경도 잇단 신곡 발표
‘발라드=가을’은 대중음악 업계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공식이었다. 여름이 지나 기온이 떨어지고 단풍이 물들면, 느린 템포와 감성적인 가사의 발라드가 사랑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가을이 아닌 봄에 발라드가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음원 차트에서도 확인된다. 21일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4월 셋째 주(4월13∼19일) 주간 차트에서 상위 20위까지 발라드(록발라드 포함)는 악뮤(AKMU)의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1위)을 비롯해 ‘소문의 낙원’(2위), ‘사랑하게 될 거야’(6위), ‘드라우닝’(7위), ‘굿 굿바이’(8위), ‘0+0’(10위), ‘타임캡슐’(11위), ‘멸종위기사랑’(12위), ‘그대 작은 나의 사랑이 되어’(13위), ‘너에게 닿기를’(14위),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15위), ‘어제보다 슬픈 오늘’(18위)까지 12곡이나 포진돼 있다.
특히 악뮤가 지난 7일 공개한 정규 4집 ‘개화’ 수록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와 ‘소문의 낙원’을 제외하면 노래 대부분은 지난해 이전에 발매된 ‘오래된’ 노래다. 심지어 악뮤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2019년 9월에 공개된 노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발라드는 과거 가을에 남성들이 자주 부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최근 잔잔한 사랑 노래를 찾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발라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마니아층이 두터운 발라드 장르 특성상 신곡보다는 청취자의 취향에 맞는 예전 노래가 더 많이 사랑받는다”고 설명했다.
발라드의 인기는 가수들의 활동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김현철, 윤상, 이현우가 ‘클릭 더 스타(CLICK THE STAR) 2026 트리플 콘서트 인(in) 남산’을 다음달 9일 서울 월드케이팝센터에서 개최한다. ‘한국 시티팝 원조’이자 세련된 선율의 김현철, 정교한 사운드로 감성을 자극하는 ‘뮤지션들의 뮤지션’ 윤상, 부드러운 음색의 이현우는 1990년대 국내 가요계를 대표하는 가수들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5월 신곡 ‘어 브리즈 오브 메모리즈(A Breeze of Memories)’를 함께 발표하고 합동 콘서트를 개최한 바 있다.
가창력으로 정평 난 고유진, 더원, KCM도 같은 날 청주 CJB 미디어센터에서 공연을 연다. 전국투어 콘서트 ‘더 보컬(The Vocal)’의 포문을 여는 무대로, 청주에 이어 전주, 서울, 대구까지 전국 투어 콘서트를 이어간다. 고음 소화력이 뛰어난 가수들로, 이날 공연에서 각기 다른 개성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여성 보컬 그룹 씨야가 15년 만에 신곡 ‘그럼에도 우린’을 냈다. 2006년 3인조 여성 보컬그룹으로 데뷔한 씨야는 2011년 해체하기까지 ‘여인의 향기’ ‘사랑의 인사’ ‘구두’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활동 재개를 알린 이번 노래는 한국적 정서를 가득 담은 정통 발라드 곡으로, 씨야 멤버들이 직접 작사를 맡아 지난 시간과 재결합에 대한 심정을 진솔하게 담았다.
이 밖에 ‘슬픈 언약식’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록발라드 가수 김정민이 지난 10일 신곡 ‘너에게만 피는 꽃’을 냈고, ‘고백’ 등으로 인기를 얻은 청아한 목소리의 박혜경도 16일 신곡 ‘꿈은 녹지 않아’를 발표했다.
이처럼 발라드 가수, 특히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인기를 끈 가수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데에는 청취자들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발라드에는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가 많기 때문에 사랑의 감정이 솟아나는 봄에 더 어울릴 수 있다”며 “특히 최근 봄에 결혼하는 커플이 많아지면서 사랑 관련 발라드 노래를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발라드 가수 입장에서도 공연장을 구하기 힘든 가을보다 공연장 수요가 적은 봄을 선호하는 것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