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상 무기 수출’ 빗장 푼 日… 다카이치는 야스쿠니에 공물

거침없는 우경화 행보

‘방위장비 이전 3대 원칙’ 개정
17개국에 전투기 등 판매 가능
전쟁 국가엔 원칙적 허용 불가
‘특별사정’ 땐 예외… 야당 반발

韓정부, 다카이치에 “실망·유감”
中 “군국주의 망동 단호히 저지”

일본 정부가 21일 기존 무기 수출 규제를 허물고 살상무기 수출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우경화 흐름에 속도를 내고 있다.

 

NHK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그 운용지침을 개정했다. 무기 수출을 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掃海·바다의 기뢰 등 위험물을 없앰) 5가지 용도로 제한한 이른바 ‘5유형’을 폐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비장한 표정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가 21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 참석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무기 수출 5가지 규정을 철폐하고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그 운용지침 개정안이 의결됐다.
도쿄=AP연합뉴스

개정된 지침에서는 군사 장비 유형을 살상·파괴 능력이 있는 ‘무기’와 그렇지 않은 ‘비무기’ 2가지로만 분류하고, “무기 이전을 원칙적으로 가능하게 한다”고 명시했다. 그간 일본은 헌법 제9조의 평화주의에 근거해 무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다가 제2차 아베 신조 정권 때인 2014년부터 5유형에 한해 수출해왔고, 호위함·전투기 등 5유형에 속하지 않는 장비는 외국과의 공동 개발·생산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해외에 판매해왔는데, 이제 빗장이 완전히 풀리는 셈이다.

 

무기 수출 대상은 일본과 ‘방위장비품·기술 이전 협정’을 맺은 국가(현재 미국·영국 등 17개국)로 제한했다. 아울러 전쟁 중인 국가로의 이전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 안보상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남겨둔 까닭에 우크라이나 혹은 유사시 대만에도 살상무기를 수출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일본 매체들은 지적했다.

 

무기 이전 여부는 사안별로 NSC에서 심사한 뒤 국회에 서면 통보를 하기로 했다. 사실상 국회의 제동 기능이 무력화된 셈이다. 제1야당 중도개혁연합의 시나 다케시 간사장은 “정부 재량으로 제한 없이 무기 수출이 이뤄진다면 평화국가로서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며 “국회가 민의를 구현해 브레이크를 걸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지침을 개정한 이유로 △동맹국·동지(同志)국의 억지력·대응력 강화 △생산 및 유지정비 기반을 공유해 상호 지원하는 환경 구축 △유사시 지속 전투 능력을 지탱할 국내 생산 능력 확보 세 가지를 제시했다.

 

아사히신문 등은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에도 수출할 여지를 남겨두는 등 전후 평화주의에 억제해온 무기 수출 정책이 크게 전환됐다”고 지적했다. 지역 내 군비 경쟁을 부추기거나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보통국가)로 나아간다는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전후 80년 이상 구축해온 평화국가로서의 기본 이념을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 “우리나라(일본)의 방위 장비에는 이미 각국으로부터 다양한 요구와 기대가 나오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이미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각각 일본 호위함과 잠수함 수입에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도 나왔다.

 

화분 보낸 다카이치 21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보낸 비쭈기나무 화분과 다카이치 총리의 명패가 놓여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날부터 사흘간 열리는 야스쿠니신사 봄철 예대제(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다카이치 사나에’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비쭈기나무 화분을 전달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참배한다면 한국이나 중국의 반발은 필연적”이라며 “외교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번 제사 기간에는 참배를 보류하는 방향”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주변국들은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국 외교부는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의 궈자쿤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야스쿠니 공물에 대해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가 대외에 발동한 침략 전쟁의 정신적인 도구이자 상징으로, 사실상 전범 신사”라며 직격했다. 그는 운용지침 개정에 대해서도 “일본의 재군사화 가속은 사실이자 현실이고, 실제 노선과 행동이 존재한다”며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고도의 경계를 유지하면서 일본의 신형 군국주의 망동을 단호히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