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집회 현장 사망사고가 노·정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CU 배송기사들을 ‘자영업자’로 규정한 데 반발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21일 성명을 내고 전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설명자료를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화물노동자는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지만, 노동조건이 원청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되는 구조 속에서 일한다”며 “정부는 원청의 교섭 책임을 분명히 하고 실질적인 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전날 “노동조합법 제2조에 따른 원·하청 교섭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이번 사안을 규정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과 이번 사안은 별개라는 의도였으나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언급하며 결과적으로 노동계를 자극하는 꼴이 됐다. CU 배송기사들의 노동자성을 우회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화물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화물연대가 노동부를 겨냥한 반발 성명을 낸 것도 그 연장선이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노동계가 교섭을 요구했으면 교섭이 성사되도록 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며 “화물연대의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건 윤석열정부 때 썼던 논리를 반복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특수고용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을 권고했다는 점 역시 노동계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2024년 ILO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결사의 자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오 실장은 “이제 와서 ILO의 결정을 무시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야당일 때는 노동계와 한목소리를 내다 여당이 되니 마음이 바뀐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노동계는 원청(BGF리테일)이 노란봉투법의 취지대로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부는 화물연대부터 노란봉투법 취지를 이행하면 될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노란봉투법과는 무관하다는 설명도 이들이 원청에 사용자성 인정 요구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의미다. 화물연대는 노동부의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에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을 요청하지 않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다른 노조들처럼 화물연대도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을 인정받고, 창구 단일화를 거쳐 운송 거부에 들어가면 되는데 이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노란봉투법 시행 전과 마찬가지로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란봉투법을 이용한 법적 절차를 활용할지 투쟁으로 나아갈지는 조합원들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본질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됐는데도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이 대화를 거부하고 교섭에 응하지 않은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CU 배송기사들이 속한 화물연대는 원청인 BGF리테일이 실질적인 사용자라며 교섭을 요구해왔다. 1월부터 BGF리테일에 7차례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고, 사측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던 중 19일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한 명이 화물차에 깔려 숨지고 두 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간 친노동 행보로 별다른 파열음이 없었던 노·정 관계가 새 국면으로 전환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교섭하자고 요구한 게 죽어야 할 이유냐”며 “화물노동자의 정당한 교섭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경남 지역 노동단체와 진보 성향 정당들은 경남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GF리테일과 경찰을 강하게 규탄했다. 화물연대는 “이번 사고는 BGF 자본과 공권력의 살인 행위”라며 “대화를 거부하고 노조 탄압을 자행한 BGF와 경찰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이후 조합원 40여명은 경남경찰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청사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막혀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들은 청사 앞에서 “숨진 조합원을 살려내라”는 구호를 외치며 1시간가량 경찰과 대치하다가 해산했다.
이 사고 사망자는 사고 전날 경남 집회에 지원 나온 화물연대 전남본부 소속 조합원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생존 조합원은 “경찰의 강제 해산 과정에서 대체차량이 멈추지 않고 밀고 나오면서 참변이 일어났다”며 “차가 오니깐 방어한다고 손으로 밀어냈지만 튕겨 나가면서 중심을 잃고 쓰러졌는데 차가 덮쳤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