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동안 뜨거운 숯불 열기를 가해 조카를 숨지게 한 80대 무속인이 항소심에서 살인죄 혐의를 벗으며 대폭 감형받았다.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정승규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무속인 심모 씨(80대·여)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살인 및 살인 방조 혐의로 함께 기소됐던 자녀와 신도 등 공범 6명 역시 상해치사 방조 혐의가 적용되어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 “죽어도 상관없다”는 미필적 고의 인정 안 돼
재판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인지하고 이를 용인했는지 여부였다. 1심은 이들의 행위를 살인으로 보았으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보고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여지는 있었다”면서도 “사망이라는 결과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특히 범행 전 과정이 CCTV에 녹화된 점을 방치한 점, 뒤늦게나마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119에 신고한 점 등을 들어 조직적인 살인이나 은폐 의도는 없었다고 보았다.
◆ 무모한 주술이 부른 비극... “악귀 퇴치 목적” 주장
조사 결과 심씨는 조카 A씨(30대·여)가 자신의 곁을 떠나려 하자 “모친을 해치려는 악귀를 제거해야 한다”며 범행을 계획했다. 심씨 등은 직접 제작한 철제 구조물에 A씨를 엎드린 채 묶고, 그 아래 숯불을 피워 3시간 동안 열기를 가했다.
이 과정에서 심씨는 오랜 기간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무모한 주술 의식으로 생명을 침해했다”고 지적하면서도 “평소 조카를 아꼈고, 왜곡된 신념 아래 치료 목적으로 행위를 한 점, 피해자 모친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미필적 고의’의 엄격한 증명 책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라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사이비 종교나 왜곡된 무속 신앙에 의한 강력 범죄의 경우, 가해자의 주관적 동기(치료, 구마 등)와 객관적 잔혹성 사이에서 법적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판결로 공범들이 대거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사회로 복귀하게 됨에 따라, 가스라이팅을 통한 정신적 지배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실효성 있는 처벌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