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라 죄송해요"…초등학교 난간 메웠던 '예쁜 편지'들은 왜 사라졌을까? [이슈+]

체육대회 앞두고 ‘양해문’ 붙인 아이들
찾아간 학교…담에서 철거된 그림들
‘철거 맞다’는 학교…회신 요청엔 무응답

‘체육대회를 할 때 소음이 날 수 있습니다.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인도 난간에 재학생들이 직접 만든 ‘양해문’ 여러 장이 붙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화제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체육대회를 앞둔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건넨 메시지였는데, 누리꾼들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즐거운 함성을 ‘소음’이라 표현하며 다소 주눅 든 듯한 모습에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최근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외벽 난간에 ‘체육대회를 할 때 소음이 날 수 있습니다.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재학생들이 그린 양해문이 붙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화제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대부분 재학생이 하교한 21일 오후 3시쯤 찾아간 해당 학교 인근에서는 전날까지 외벽 난간을 채웠던 아이들의 그림이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김동환 기자

 

대부분의 재학생이 하교한 21일 오후 3시쯤 찾아간 해당 학교 인근에서는 전날까지 외벽 난간을 채웠던 아이들의 그림이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아이들의 그림이 붙어있던 난간은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상가 건물 등과 마주 보고 있다.

 

이날 손자의 하교를 기다리던 주민 A씨는 “아이들의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는 기자의 말에 “어제만 해도 빼곡했던 그림들이 하루 만에 다 어디 갔느냐”며 도리어 반문했다.

 

A씨는 “우리 손자도 학교 담장에 붙이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더니 아파트 현관문에 직접 붙여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잠시 후 학교에서 나온 A씨의 손자는 “지난해에도 학생들이 그림을 그렸다”고 천진난만하게 설명했다.

 

주민들의 양해를 구하는 아이들의 행동이 최소 2년째 이 학교만의 ‘배려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아이들은 축제를 준비하며 이웃을 생각하는 자세를 일찍이 체득한 듯 보였다.

 

아이들에게 운동회는 단순히 달리고 노는 축제를 넘어 이웃과 공존하는 법을 배려라는 이름으로 직접 실천하는 산 교육의 장이었던 셈이다.

 

이렇듯 타인의 불편을 먼저 헤아릴 줄 아는 아이들의 마음은 학교 담장 밖까지 번져 있었지만, 정작 어른들의 세상은 그 진심을 온전히 품어낼 여유가 부족해 보였다.

 

학교 관계자는 세계일보에 “난간의 그림을 철거한 것이 맞다”고 짤막하게 설명했다.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이후 쏟아지는 관심과 아이들의 개인정보 노출 우려 그리고 일부 민원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내린 조치로 풀이된다.

 

학교 인근의 한 자영업자 B씨는 “아이들이 체육대회를 하면 당연히 시끌벅적한 게 정상 아니냐”며 “그런 당연한 일에 민원을 제기한다면 너무나 각박한 사회일 것 같다”고 혀를 찼다.

 

텅 빈 난간 앞에서 우리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아이들이 타인을 아끼는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면서도 ‘양해’라는 단어 뒤에 숨지 않아도 되는 사회, 아이들의 함성이 소음이 아닌 공동체의 생명력으로 온전히 환대받는 동네는 정녕 불가능한 것인지 말이다.

 

세계일보는 그림을 게시하게 된 상세한 배경과 철거 이유를 추가적으로 듣기 위해 학교 측에 연락처를 남기고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미 여러 보도 등으로 취지가 확대 해석될 것을 우려한 듯, 학교 측은 어떠한 회신도 하지 않았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 뉴시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아이들의 목소리는 소음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의 운동회는 민폐가 아니다”라고 썼다.

 

천 원내대표는 “해당 학교에 소음 민원은 없었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공동체 소통 교육으로 이웃들을 배려하자는 취지라고 한다”며 “운동회는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소음’이 아니라는 법을 준비하겠다면서, 그는 “아이들이 소음 민원 걱정 없이 주변에 죄송하다고 하지 않고, 즐겁고 활기차게 운동회를 즐기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