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면 사건 종결”… 억대 뇌물 수수 前 특사경 구속기소

마약 밀수·관세법 위반사범에 뇌물 요구
검사의 특사경 지휘·감독권 폐지 앞두고
권한남용 비리… “남용 심화할 것” 우려

검찰이 마약 사건 피의자 등으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전직 관세청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재판에 넘겼다. 특사경은 식품·의약·세무·환경·노동 등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 일반직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한 제도다. 올해 10월 검찰청의 후신으로 신설될 공소청 검사가 특사경을 지휘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특사경 권한을 남용한 비리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이상혁)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뇌물수수 혐의로 전 관세청 서울세관 소속 특사경 수사팀장 A(49)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에게 뇌물을 준 이들도 불구속 상태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마약 밀수사범과 관세법 위반사범 등 5명으로부터 불구속 수사나 사건 무마 명목으로 총 1억4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가상화폐 투자 자금을 마련하려 이 같은 비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담당 사건 피의자의 주거지와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직업·가족관계·재력 등을 파악한 다음, 사건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피의자 측에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23년 9월 코카인 밀수 혐의로 긴급체포한 B씨와 중소기업 회장인 그의 아버지에게 불구속 수사를 조건으로 5000만원을 요구해 수수한 뒤, B씨를 석방 조치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합성대마 매매 혐의 피의자 C씨의 어머니로부터 사건 무마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A씨는 2024년 1월에는 합성대마 밀수 혐의로 체포한 D씨의 아버지에게 5000만원을 받았고, 같은 해 5월부터 8월 사이에는 의류수입업체 운영자 3명에게 ‘관세포탈로 세금과 벌금 수억원이 부과될 것’이라며 사건 무마 명목으로 5000만원을 요구해 이 중 두 명으로부터 각각 1500만원과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은 관세청이 단순 뇌물요구 혐의로 A씨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수사에 착수해 A씨의 주거지와 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이후 통화내역·발신기지국 확인, 금융계좌 추적 등을 통해 추가적인 범행을 특정했다. 검찰은 이미 지난 2월 A씨를 구속기소했는데, 이날 추가 혐의까지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A씨가 수사팀장으로 재직하던 기간 담당했던 다른 사건들과 그 기간 계좌 거래내역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A씨의 상사와 동료 직원들은 장기간에 걸친 불법행위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검찰은 특사경 사건 관리 시스템상 허점이 드러났다고도 지적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사의 특사경 지휘·감독권 폐지를 골자로 한 공소청법이 통과된 이후 특사경이 검사의 지휘 없이 임의로 피의자를 석방하거나 별건 혐의를 무분별하게 내사·종결하는 수사권 남용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특사경에 대한 감독·통제 장치 마련과 사건 관리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고,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