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나라입니다. 급성장과 도시화 속에서 고립된 상황이 야기됐습니다. 정부도 이 속도를 다 수용하지 못했고, 종교도 자기 성장에만 몰두했습니다. 우리도 교화에만 올인했다면 지금의 원불교는 없었을 것입니다. 종교는 자기 성장에만 몰두하면 안 됩니다.”
교단 최대 경축일인 대각개교절(4월 28일·원기 111년)을 기념해 21일 서울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은 “고루 잘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소태산 대종사께서 분명히 정해주셨다”며 종교의 사회 기여를 강조했다. 나 교정원장은 “원불교는 단지 교당에만 주력한 게 아니라 복지·시민 활동을 다양하게 해왔다”며 “국내 태동 종교 중 대안학교를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으며(10개), 복지기관도 200여 개에 달한다. 우리보다 교세가 50배, 100배 되는 종단과 그 비율로 따지면 우리가 훨씬 더 많이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 교정원장은 원불교가 주력하고 있는 자살 예방 사업과 생태 살림도 이 연장선에서 설명했다. 나 교정원장은 “한국은 자살률 1위 국가이고, 북향민의 경우 평균 자살률이 두 배라고 한다”며 “아픔을 겪는 분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분이 주변에 많아야 한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사람이 쓰러진 이를 구하듯,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일을 원불교가 맡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공지능(AI)시대 도래에 따른 원불교 정신의 재조명도 중요한 과제다. 나 교정원장은 “AI가 사람을 살상하는 무기로 변질하여서 걱정이고, 로봇까지 합류할 조짐이 있어 염려되고 안타깝다”며 “소태산 대종사의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말씀이 AI 시대에 더욱 받아들여지는 메시지다. 물질문명을 선용하는 건 정신개벽의 길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나 교정원장은 올해 주력 사업으로 국민 마음건강 회복을 위해 통합 브랜드 ‘마음 온(on)’을 설명했다. 전국 15개 훈련원을 거점으로 직장인 번아웃 회복, 청소년 집중력 향상, 노년층 소외 예방 등 세대별 맞춤형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나 교정원장은 “소태산 대종사의 깨달음의 기쁨이 우리만의 축제가 아니라 세상의 아픔을 치유하는 마음의 빛이 되길 바란다”며 “물질문명을 선용할 수 있는 정신의 힘을 기르는 데 종교적 본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