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논의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의 원인이 결혼 적령기의 가치관 변화나 육아 부담을 들고 있지만,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주거비 부담이다. 특히, 서울 지역의 주택 가격 급등은 청년·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하고, 전·월세 시장의 불안과 임대료 증가는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야기하고, 이러한 결과는 결혼과 출산의 지연 등을 발생시키고 있다. 따라서, 신혼부부의 저출산 대응을 위해서는 생활상의 지원과 더불어 거주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선결과제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미리내집(장기전세Ⅱ)’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미리내집은 장기전세Ⅰ의 주거 안정성과 분양주택의 자산 형성 가능성을 결합해, ‘임차에서 자가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와 가족 형성을 함께 설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정책은 단기 현금 지원과 달리 삶의 기반을 직접 뒷받침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향후 서울시가 건설형 공공주택 공급량 중에서 미리내집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 있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다. 실제, 지난해 6차 공고까지 평균 경쟁률이 50대 1을 넘을 정도로 수요가 높다는 점은 청년과 신혼부부가 안정적 주거와 자산 형성의 욕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거주 모델을 원하고 있다는 증거다.
미리내집 정책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뿌리인 장기전세Ⅰ의 성과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06년 도입된 장기전세Ⅰ은 ‘집은 사(Buy)는 것이 아니라 사(Live)는 곳’이라는 주거 인식을 확산시키며, 중산층과 신혼부부까지 수용할 수 있는 거주 모델로 기능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장기전세주택의 장점은 무엇보다 가족 중심의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가구당 자녀 수가 다른 유형의 임대주택보다 많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리내집(장기전세주택Ⅱ)은 주거 안정이 소비와 저축, 자녀 계획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는 장기전세Ⅰ의 정책적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출발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할 만하다. 더욱이, 공공주택과 출산의 관계가 더 이상 추상적 가설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SH 공공주택 전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장기전세는 입주 이후 출산 가능성과 출산 속도 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임대유형으로 나타났으며, 입주 전 무자녀 가구의 출산 확률이 최대 52%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결과는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공간, 적절한 공급 시점, 그리고 생애주기 맞춤형의 주거 공간의 제공이 필요함을 시사하며, 특히, 출산의 가능성을 더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아이의 출산 여부는 개인의 결정에 따르지만, 그 결정은 결국 사회가 만들고, 그 사회적 요인 중에 주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으며, 미리내집(장기전세주택Ⅱ)은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환경 조성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미리내집의 공급은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결혼과 출산이라는 사회적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꽃을 피우기 위한 주택정책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