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숨은 싱크홀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지표 아래 벌어지는 여러 변화
단단한 아스팔트 표면에 가려
한계 도달하면 순식간에 붕괴
숨겨진 위험은 더 크게 나타나

요즘 큰 이슈인 미국·이란 전쟁에 따라 뉴스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기술이 자주 등장한다. 드론이 하늘을 날며 지표 아래 숨겨진 지하벙커를 탐지하고,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는 공간에서 내부 구조의 차이를 읽어낸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이 기술들은 낯설게 느껴지지만, 사실 그 원리는 단순하다. 겉모습이 아니라 내부의 ‘다름’을 감지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전쟁이나 군사 기술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걷고 있는 도시의 도로 아래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도시는 단단해 보이고, 아스팔트는 매끈하며, 수많은 차량이 지나가도 쉽게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아래를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그 아스팔트가 문제를 더 늦게 드러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스팔트는 물을 막고 하중을 넓게 분산시키는 매우 뛰어난 재료이기 때문에, 아래 지반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어도 표면은 오랫동안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즉,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보이지 않는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다.

 

김상엽 건국대학교 교수·소방방재융합학

지표 아래에서는 전혀 다른 변화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하수는 흐르고 빠져나가고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유입되면서 흙을 조금씩 이동시키고 입자 사이에는 점점 더 큰 빈 공간이 형성된다. 이 공동은 처음에는 작고 불안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확대되고, 지반은 서서히 약해지지만 우리는 그 과정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 위를 덮고 있는 아스팔트가 일정 시간 동안 구조를 버티며 하중을 주변으로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싱크홀은 오랫동안 아무 변화도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하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구조가 한 번에 붕괴되며 우리가 체감하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드러난다.



이러한 이유로 싱크홀은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지하를 직접 탐사하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방법이 지하투과레이더, 즉 GPR이다. GPR은 도로 위에서 전자기파를 지반 속으로 보내고, 서로 다른 물질을 만났을 때 반사되어 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하여 지하 구조를 파악하는 기술로, 흙, 물, 공기, 콘크리트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전자기파에 반응하기 때문에 그 차이를 통해 내부 상태를 추정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유전율이라는 물성의 차이에서 비롯되며, 지반이 균일하면 신호는 일정하게 돌아오지만 중간에 공동이나 물이 차 있는 공간, 혹은 손상된 배관이 존재하면 그 지점에서 신호가 달라지게 된다.

이 원리는 사실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으며, 과거 군인들이 지표 아래에 묻힌 지뢰를 탐지할 때도 동일한 개념이 활용되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지뢰도 주변 흙과 다른 물성을 가지기 때문에 전자기파를 이용하면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있고, 최근에는 여기에 드론 기술이 결합되면서 넓은 지역을 빠르게 탐사하고 지표 아래의 이상 구조를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쟁에서 지하벙커를 찾는 기술과 도시에서 싱크홀을 예방하기 위한 기술은 결국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

싱크홀의 원인은 하나로 설명되지 않으며, 폭우로 인해 지반이 포화되기도 하고, 공사로 인해 지하수가 빠져나가 공동이 형성되기도 하며, 노후화된 관로에서 물이 새어 흙을 씻어내는 경우도 존재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요인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겹치고 누적되며 지반의 균형을 점점 약화시킨다는 데 있다. 그래서 싱크홀은 특정한 한순간의 사건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변화가 임계 상태에 도달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에 가깝다.

우리는 종종 도로가 꺼진 순간만을 기억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에 이미 수많은 작은 변화가 축적되고 있었으며, 그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사라진 적은 없다. 단단한 표면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지만 동시에 위험을 가리기도 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충분히 쌓인 변화는 결국 한 번에 드러난다.

단단함은 위험을 막는 것이 아니라, 숨긴다.

그리고 숨겨진 위험은 갑작스럽고 더 크게 드러난다.

 

김상엽 건국대학교 교수·소방방재융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