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인준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를 그대로 따를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재 미국 물가상승이 이란전쟁 등 외부 충격을 제외하면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비교해 심각성이 덜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워시 후보자는 21일(현지시간) 연방상원 은행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대통령들은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차이가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대리인이나 얼버무림 없이 매우 공개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준의 독립성은 연준에 달려 있다. 연준 지도부는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선출직 공직자들이 금리에 대한 자기 견해를 밝힌다고 해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위협받는다고는 믿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자신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더라도 연준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워시 후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 내가 연준 의장으로 인준되면 독립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워시 후보자는 최근 PCE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를 웃도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탓이라는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대로 금리를 1% 이하로 대폭 인하하면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며 “(연준의) 많은 동료와 달리 포워드 가이던스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1월30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워시 후보자는 연준 이사 시절인 2011년 제2차 양적완화 정책에 반대하며 이사직에서 물러날 정도로 한때 통화정책에서 긴축을 지향하는 ‘매파’로 통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워시 후보자는 공개된 것만 2억달러(약 2940억원)에 이르는 투자 재산과 관련해 “모든 금융자산을 매각하는 데 동의했으며, 그 대부분은 의회에서 취임선서를 하기 전에 매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24명으로 구성된 상원 은행위는 현재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이다, 민주당 의원 전원과 공화당 의원 1명 이상이 반대하면 인준은 부결된다. 워시 후보자가 상원의 인준 표결을 통과하면 다음달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의 뒤를 잇게 된다.
워시 후보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가 열린 이날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거라고 예상하는 시장 확률은 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기준금리가 현 수준(3.50~3.75%)에서 12월까지 동결될 확률을 67%로 내다봤다. 이는 전날보다 13%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이를 반영해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293%로 4.10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통화정책에 더 예민한 2년물 금리는 3.782%로 5.9bp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