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M&A 승부수 적중… 삼성 품 안긴 하만, 10년 만에 매출 두배 ↑

초반 부진에 ‘실패한 투자’ 오명
삼성전자와 전장사업 시너지
매출 15조·영업이익 1조 기록

JY ‘차는 스마트기기 변신’ 믿음
완성차 업체 만나 직접 세일즈
ADAS 등 자율주행까지 선도

이재용 회장이 자동차 전기·전자 장치(전장) 사업 육성을 위해 직접 인수를 지휘한 오디오·전장업체 하만이 삼성전자에 인수된 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인수 금액만 9조4000억원으로 삼성전자 역사상 최대 인수합병(M&A) 금액을 기록한 하만은 초반 부진한 실적을 거두며 ‘실패한 투자’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의 시너지와 전장사업 성장에 힘입어 인수 10년 만에 매출 15조원에 영업이익 1조원을 벌어들이는 ‘효자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재계에서는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한 이 회장의 승부수가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와 만나 배터리 및 전장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하만은 2016년 11월 삼성전자 인수가 발표된 후 이듬해 3월 인수 작업이 마무리됐다. 삼성에 편입된 이후 하만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연간 매출액 1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역대 최대인 15조7833억원을 기록했다. 인수 직후인 2017년 매출(7조1034억원)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뛴 것이다.

하만이 처음부터 잘 나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수 직후에는 부진한 기록을 거두며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다. 인수 직전인 2016년 6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2017년 500억원대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2020년 상반기에 적자를 기록하는 굴욕도 맛봤다. 이 회장이 경영권을 잡은 이후 진행한 첫 대형 M&A였지만,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않자 실패한 투자란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오디오 업체를 9조원이나 주고 샀다’는 비아냥에도 삼성전자는 하만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회장의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움직이는 스마트 기기로 변할 것이고, 그땐 전장이 필수’라는 확고한 믿음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은 직접 벤츠, BMW 등 완성차 업체 경영진을 만나 전장 영업에 나서는 등 직접 발로 뛰었다. 그렇게 하만은 다시 일어섰다. 2020년대 들어 자동차 업계 트렌드가 이 회장의 예측과 맞아떨어지면서다. 운전자 등 자동차 탑승자의 편의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디지털 콕핏(조종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같은 차량용 전장 수요가 급증했다. 2021년 하만은 영업이익 5991억원을 거두며 반등했다. 이후 전장산업의 꾸준한 성장세에 힘입어 영업이익도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1조5311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9.7%)은 어느덧 10%에 육박했다. 매출액 중 전장 분야 매출이 10조~11조원으로 추정되는 등 전장 관련 사업 비중이 전체의 65~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하만은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전장 산업에서 확고한 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단 목표다. 그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15억유로(약 2조6000억원)를 들여 독일 전장 기업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를 인수했다. ZF의 ADAS 사업부는 자율주행용 스마트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세계 1위다. 20년 넘게 방대한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온 회사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하만은 단숨에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포함한 전장부품 강자 반열에 올라섰다. 자체 투자도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헝가리에 1억3118만유로(약 2300억원)를 투자해 자율주행 연구개발(R&D) 센터 및 하만의 전장 생산기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장이 커질수록 하만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예정”이라며 “하만의 핵심 사업인 오디오와 전장 모두 삼성전자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높은 분야라, 앞으로 (하만의) 성장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