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원 상당의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감사원 고위 간부가 ‘보완수사권 입법 미비’로 법적 처벌 대부분을 피하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처음 이 사건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수사 권한’이 없어 추가 수사를 하지 못했다. 10월 출범 예정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체제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사 공백과 지연 사태의 ‘전조’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정재신)는 22일 감사원 고위 간부 김모씨를 2억9000만원 상당의 뇌물수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12억9000만원의 뇌물수수 혐의는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전기공사 업체를 차명으로 설립해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감사 대상 건설사들로부터 전기공사 하도급 대금 등 명목으로 15억8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안동건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일반적으로 공여자 진술이나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 기소가 가능한데, 이러한 것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일부 혐의에 대한 불기소 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공소 시효가 임박한 김씨의 일부 뇌물수수 혐의를 1차로 기소했다.
이후 공수처는 같은해 9월 추가 수사에 필요한 기록 사본 등을 요청해 받아 갔지만, 지금까지 검찰에 추가로 자료를 보내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공수처로부터 보완 자료가 추가로 송부될 경우 불기소 부분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안 차장검사는 “향후 제도 변화에 따라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의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지고 보완수사 요구가 실효적으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사례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새로운 제도의 설계 과정에서도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과 공수처의 보완수사 권한 문제는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에서도 문제가 됐다. 당시 검찰이 공수처로부터 윤 전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은 뒤 추가 수사를 위해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하자 법원은 같은 취지로 연장을 불허했다. 경찰이나 중수청의 경우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은 있다. 그러나 실제 보완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마땅한 대응책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