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계와 법조계, 그리고 환자 가족들 사이에서 뜨거운 쟁점이 된 판결이 있다. 바로 초극소저체중미숙아(초미숙아)로 태어난 환아의 동맥관 개존증(PDA) 치료 지연에 대해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이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필수의료의 현주소와 의료사고의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두고 중요한 판결이 될 수 있어 보인다.
1심에서는 “병원 측이 환아의 상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적기에 심장 초음파 검사와 수술을 시행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연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환아에게 중증 뇌성마비가 발생했다며 의료진의 과실을 일부 인정해 약 3억 2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단 재판부는 26주라는 매우 이른 시기에 태어난 초미숙아의 높은 뇌출혈 위험성 등 의학적 한계를 고려해 병원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탯줄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으므로 굳이 폐로 피를 보낼 필요가 없어 피가 폐를 거치지 않고 우회하도록 돕는 동맥관이 있다. 정상적인 신생아라면 출생 직후 스스로 호흡을 시작하면서 이 혈관이 자연스럽게 닫히지만, 너무 일찍 태어난 미숙아는 출생 후에도 동맥관이 닫히지 않고 열려 있는 사례가 잦다. 이를 동맥관 개존증, 즉 PDA라 부른다.
열린 혈관을 통해 피가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되면 심부전, 폐출혈, 뇌 손상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약물치료나 카테터(몸속에 넣는 가느다란 관) 수술을 통해 혈관을 막아주어야 한다. 다만 미숙아에게는 전신 마취나 수술 자체가 위험이 따를 수 있으므로 언제 시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지난해 미국 소아과학회(AAP)의 소아과학회지(Pediatrics)에서는 미숙아의 PDA에 대해 출생 후 2주 이상에서 약물치료 후에도 ‘혈역학적으로 의미 있는 동맥관 개존증’(hsPDA)이 있으면 카테터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했으나 그 시점을 명기한 것은 아니고 의학 연구의 신뢰 평가 단계로 보면 증거 수준도 4 정도로 높다고 볼 수는 없다.
환자 측의 입장에서 보면 뇌성마비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장애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와 그 부모의 고통은 감히 헤아릴 수 없고, 현재의 법체계에 따른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필요한 일일 수 있다. 반면 26주 만에 출생해 체중이 900g도 채 되지 않는 초미숙아의 치료는 수술 자체로 아이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을 동반하는 탓에 의료진은 그 시기 결정에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의료계는 이러한 고도의 의학적 판단 과정과 위험성을 도외시한 채 결과적으로 발생한 결과만 두고 사법적 처벌과 막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판결은 위험성 높은 신생아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현장에서 의사를 떠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생명의 무게는 무겁고, 이를 다루는 과정에서 책임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이 거대한 짐을 환자와 의사라는 두 당사자만 진 채 싸우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입은 상처와 피해는 분명히 위로받고 정당하게 보상받아야 한다. 그러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치명적인 위험도 껴안아야 하는 의료진에게 모든 결과의 책임을 지우는 방식 또한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소송을 통한 배상이라는 접근방식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고위험 필수의료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안전망을 구축하고 위험을 분담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상처받은 환자와 그 가족을 실질적으로 돕는 동시에 밤낮없이 중환자실을 지키는 의료진이 형사처벌이나 파산의 공포 없이 소신껏 생명을 살리는 일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