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강화” vs “자율성 훼손”… 진통 겪는 농협개혁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정부 추진의지 재확인 속 쪼개진 농심

회장 인사·경영 영향력 금지 명문화
인사추천위원회 외부 위원 늘리고
별도 감사기구 설치해 공정성 제고
187만 조합원 ‘1인 1표’ 직선제로

조합장 중심 반대·우려 목소리 나와
농민들은 “중앙회 옹호 안 돼” 충돌

정부가 농협개혁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재확인했다. 정부의 특별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통제 부재와 일부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농민단체는 정부의 농협개혁을 지지하고 있지만, 조합장들은 개혁안이 농협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농협개혁, 흔들림 없이 추진”



정부의 농협개혁 목표는 농협을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견제장치를 강화해 권한의 집중을 해소하고 투명성을 높여 조합원도 중앙회의 운영·경영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동시에 전체 조합원이 선거에 직접 참여하는 직선제도 도입한다.

경기 이천시 대월면 대월농협공동육묘장에서 농민들이 볏모가 자라나고 있는 모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먼저 감사체계 개선으로 내·외부 견제장치를 강화한다. 지금까지 감사위원회와 조합감사위원회가 존재했지만, 내부 임직원 출신으로 구성돼 전문성이 낮고, 내부감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 결과를 보면, 조합감사위는 징계에 해당하는 사항 74건에 대해 징계심의회에 부의하지 않았고, 211건은 징계가 아닌 주의처분에 머물렀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회원조합에 대한 감사처분 조치에 소극적이었고, 경징계 처분을 한 27건 중 최소 6건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등 조합장 처분에 온정적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내부 조직이 스스로 들여다보는 구조다 보니 비위가 발생해 아무리 엄격한 징계를 받아도 ‘셀프 감사로 징계 수위를 낮춘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정부가 농협의 감사기구를 내부가 아닌 외부에 별도로 두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선거제도다. 지금까지 농협회장 선거는 조합장 등 일부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금품 제공 등의 의혹이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직전 선거 때도 핵심간부가 재단 사업비로 회장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 등에게 제공할 선물을 조달한 혐의가 정부합동 특별감사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농협회장 선거제도는 1988년 조합장 직선제로 민선 1기가 시작한 이래 선거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자 선거비리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2009년 대의원 간선제로 제도 변경이 이뤄졌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결국 2021년 농협법 개정(2023년 시행)이 이뤄졌고, 2024년 선거 때 부가의결권을 포함한 지금의 선거제도로 정착했다.

현재는 전체 조합원 187만명 중 약 1100명의 조합장만 투표하는 구조다. 부가의결권 제도 도입으로 조합원이 3000명 미만인 조합장은 한 표를 갖고, 3000명 이상인 조합장은 두 표를 행사할 수 있다. 1961년 농협중앙회가 창립한 이래 조합원이 직접 투표용지를 받아 회장을 선출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187만 조합원이 1인 한 표로 참여하는 직선제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형사처벌·과태료 등 처벌 수위를 높이고 공소시효도 늘려 선거 범죄 대응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인사 구조도 손본다. 지금의 인사추천위원회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지만, 인사에 대한 법적 권한이 없는 회장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인사·경영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를 명문화하고, 인사추천위원회 외부위원을 늘리기로 했다. 현행 외부위원은 조합장 3명, 농업인단체·학계 추천 4명으로 구성되나, 앞으로는 조합장 2명, 농식품부·금융위원회 각각 1명, 학계 1명, 단체 2명으로 개선한다. 또 후보 공개모집과 복수 검증 절차를 도입해 인사 과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농식품부는 농협을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돌려놓는 데 이러한 개혁방안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농협개혁의 목표와 방향은 권한 집중 해소와 견제장치 마련 등을 통해 농협을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되돌려놓는 것”이라며 “농협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장·단체 간 찬반 엇갈린 농협개혁

농·축협 조합장을 중심으로 정부의 농협개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지난 21일 여의도에서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를 열고 농협개혁이 농협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효율적 감사기구 신설안 철회와 조합원 직선제 변경 시도 중단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를 국회에 전달했다.

같은 날 조합원 직선제 도입을 놓고 반대하는 지역 조합장들과 찬성하는 농민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시농민회는 지역 조합장들이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탑승한 전세버스 앞을 가로막고 2시간가량 대치했다. 이준경 전농 광주시농민회장은 “조합장들이 한 번이라도 나락값(쌀값)을 위해 국회 앞에 간 적이 있냐”며 “농협중앙회를 옹호하기 위한 집회에 조합장들이 참석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한 조합장은 “개혁안에 농업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의견을 전달하고, 발전된 방향의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자율적인 모임 참여를 막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