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아르헨티나대사에 황인상 국립외교원 국제통상경제안보연구부장이 내정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정부가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핵심 거점인 아르헨티나에 통상 전문가인 황 부장을 전진 배치하며 한·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황 부장은 브라질 상파울루총영사를 지내며 브라질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 외교부 자유무역협정 정책기획과장, 상하이총영사관 경제동포영사 등도 역임해 통상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메르코수르 가입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의 인사가 있었다. 브라질 상원은 지난 8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통상 전문가인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지 아제베두 피멘텔 외무부 통상정책국장을 주한 브라질대사로 승인했다. 피멘텔 대사는 브라질 외무부에서 다자경제기구국장과 통상정책국장을 지낸 대표적인 ‘통상통’으로, 미국, 인도, 파라과이 등에서 근무하며 통상 경험을 축적했다. 전임 마르시아 도네르 아브레우 주한대사와 달리 이번이 첫 공관장 보임이지만, 그만큼 브라질이 통상 전문가를 전면 배치해 한·메르코수르 FTA 추진에 동력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과 메르코수르 가입국이 주재국 대사에 통상 전문가를 앉히는 것은 지난 2월 국빈 방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FTA 협상을 재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협상이 본격적으로 재개된 상황은 아니지만 양측은 사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로 구성된 남미 최대 경제권이다. 인구는 약 2억7000만명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은 약 2조9000억 달러 규모다. 볼리비아가 비준서를 기탁하며 가입 절차 이행에 들어가면서 경제권 규모와 영향력은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의장국은 파라과이가 맡고 있다. 한·메르코수르 FTA 협상은 2018년 시작됐지만 2021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면 농축산물 시장 개방, 위생·검역(SPS) 기준 완화 문제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메르코수르는 소고기 등 농축산물뿐 아니라 검역 문제를 포함한 전반적 시장 접근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민감 품목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입장 차가 존재한다.
실제로 브라질은 한국의 엄격한 검역 절차와 시장 진입 제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피멘텔 신임 주한 브라질대사 역시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농축산물 수출 확대 의지를 강조하며, 브라질산 농산물의 품질과 검역 체계를 한국 측에 적극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서울에서는 피멘텔 브라질대사가, 남미 현지에서는 황 신임 아르헨티나대사가 각각 중책을 맡게 될 것”이라며 “한·메르코수르 양측이 통상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FTA 협상 재개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