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미래] 햇빛소득마을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재생에너지 수익 주민 환원 모델
정부, 2030년까지 2500개 조성
부처 엇박자 등 거버넌스 부족
빠른 성과보다 실행 로드맵 중요

전남 여수에서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여수 기후주간’이 열리고 있다. 제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기후주간과 녹색대전환(GX) 국제주간 등이 연계된 대규모 행사로, 기후대응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다.

기후주간은 여러 기후·에너지 관련 전문 세션들이 동시간대에 진행된다. 관심사에 따라 청중이 분산되는 구조다. 이 가운데 이번 기후주간에서 가장 인기 있던 세션은 지난 22일 열린 ‘광주·전남권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포럼’일 것이다. 이날 행사장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화제의 중심은 이재명정부가 야심 차게 밀고 있는 햇빛소득마을 사업이었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햇빛소득마을은 이름만큼 따듯한 구상이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마을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고, 그 수익을 공동체가 나눠 갖는 주민 참여형 에너지 전환 모델이다. 경기 구양리가 대표적인 실증 사례다. 주민 협동조합이 직접 발전소를 운영하며, 그 수익을 무료 식사와 무료 버스 등 마을에 다시 돌려주고 있다. 농가 소득 정체와 탄소중립 달성을 동시에 풀겠다는 전례 없는 모델이기도 하다. 현재 정부는 올해까지 500개, 2030년까지 전국 2500개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구상은 훌륭하다. 문제는 거버넌스가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조심스럽지만 일관된 우려를 쏟아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의 신자은 교수는 이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재생에너지 확장에 필요한 투자와 리스크를 농촌 마을 공동체가 ‘개발의 혜택’이라는 약속 아래 떠안는 구조라는 것. 수십 년 뒤에 마을에 부담만 지운 사업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올해만 500개, 5년 안에 2500개라는 목표치를 두고도 이렇게 물었다. “(그간의) 경험의 측면에서 봤을 때, 빠르게 추진했을 때 그 성공을 우리가 장담할 수 있냐.”

박태수 목포대 전기공학과 교수 역시 거버넌스를 지적했다. 그는 덴마크, 벨기에, 일본 마리와시 등 해외의 성공적인 주민 참여형 에너지 전환 모델을 언급하며 공통점을 꼽았다. 주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하고 참여를 독려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햇빛소득마을 사업이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한 빠른 호흡이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현장의 어려움은 공무원의 입에서도 나왔다. 그는 제도가 완성된 채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가면서 보완하고 또 문제가 생기면 다시 보완하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행정안전부 사이의 엇박자, 전력망 부족 지역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의 사업성 확보 문제까지. 안 가던 길을 달리면서 지도를 그리고 또 수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 흐름이 굳어지면 2008년 에너지자립마을 사업 실패를 다시 겪을 수 있다. 당시에도 정부 지원을 앞세운 사업자들이 먼저 들어왔으나, 마을은 소외됐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별도 보고서를 통해 이를 언급한 바 있다. 주민 간 이해관계가 뒤엉키면서 공동체 갈등만 남긴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입법조사처는 꼬집었다.

햇빛소득마을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이 방향은 맞다. 중앙 집중형 발전에서 벗어나 지역이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는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공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경로다. 구양리가 증명했듯, 제대로 작동하는 모델은 실재한다.

그러나 좋은 모델 하나를 전국 2500개로 복제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각 마을의 관계망, 리더십, 갈등 구조, 토지 여건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숫자만 채우려 하면, 협동조합의 간판은 달렸지만 실질은 텅 빈 ‘유령 마을’ 사업이 생겨난다. 끝내 가장 먼저 훼손되는 것은 사업의 본질인 주민 참여와 마을 공동체일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햇빛소득마을 500개를 빠르게 만드는 것보다, 50개라도 제대로 만들어 그 경험이 다음 마을로 확산되는 구조일 것이다. 마을 역량을 키우는 중간 지원 조직의 체계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마을 공동체를 수단이 아닌 주체로 바라보는 시선으로의 변화가 절실하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