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는 순간, 학교 전화기는 어김없이 울려댄다. 공을 차는 소리에 낮잠을 설쳤다는 항의부터 아이들의 함성이 소음공해라는 날 선 질타까지. 결국 운동장은 빗장을 걸어 잠갔다. 민원이 무서워 축구공을 뺏고, 경찰차 출동이 두려워 운동회마저 포기해야 하는 곳. 2026년 봄, 대한민국 학교는 교육의 장이 아닌 ‘민원 대기실’로 변질됐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악성 민원에 질식해가는 교육 현장의 민낯을 정면 비판했다. 천 원내대표는 “악성 민원이 얼마나 심하면 점심시간 축구를 금지시키고 운동회와 현장체험학습도 못 하겠느냐”며 교사들을 민원인 앞에 무방비로 노출시킨 현 시스템에 돌직구를 꽂아 넣었다.
그는 학교체육이 전인 교육의 핵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만 떠넘기는 구조를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본질적인 문제는 교육 민원을 개별 교사가 온몸으로 감당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라며 현장의 고충은 외면한 채 ‘운동회를 열라’는 식의 톱다운(Top-down) 지시만 내려 보내는 교육당국의 행태를 질타했다.
실제로 학교 현장의 지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천 원내대표가 전날 본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6189곳 중 312곳(5.04%)이 점심시간과 방과 후 축구·야구 등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대도시일수록 상황은 심각하다. 서울은 16.7%(101곳)가 운동장을 닫았고, 부산은 전체 초등학교의 34.7%(105곳)가 체육 활동을 막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운동장 폐쇄’ 현상이 매년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은 2024년 14.2%에서 올해 16.7%로, 부산은 33.3%에서 34.7%로 치솟았다. 특히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선호하면서도 학교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단 한 뼘도 참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이중성’이 아이들의 운동장을 빼앗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천 원내대표는 ‘교육청 중심의 통합 대응 체계’를 제안했다. 개별 교사가 민원인과 직접 맞닥뜨리지 않도록 창구를 일원화하고, 도를 넘은 악성 민원에는 교육청이 방패가 되어 ‘과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개혁신당은 교육 현장의 공포를 걷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입법 추진 계획도 공식화했다. 정당한 교육 활동 중 발생한 법적 분쟁을 국가가 전적으로 지원하는 ‘교사 소송 국가 책임제’와 아이들의 활동음을 소음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어린이의 목소리는 소음이 아니다 법’ 등이 골자다. 특히 소음 신고로 인해 운동장에 경찰차가 출동하는 황당한 사태를 막기 위해 “이미 경찰청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천 원내대표는 “학교가 학생들을 상처 입지 않게 보호만 하는 ‘무균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배움과 경험이 살아 숨 쉬는 성장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소수의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조용한 다수의 교육권을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