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전작권 2029년 1분기 전환”, 한국군 역량 충족이 관건

李 ‘임기 내 환수’ 공약 가시권 진입
연합방위·북핵 대응 능력 키워야
한·미 훈련 연기·축소 태도론 안 돼
EPA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그제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한·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2029년 1분기 이전까지 해당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전쟁부(옛 국방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오는 2030년 6월까지 재임할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임기 내에 전작권을 환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번 미국 측의 로드맵 제시에 따라 이 공약이 실행에 옮겨질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한국의 숙원이라고 할 ‘자주국방’ 실현을 향한 진전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미국은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줄곧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약 2만8000명 규모의 주한미군을 한반도 평화 유지 임무에만 묶어두지 않고 필요에 따라 중국 및 러시아 견제용으로도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지금처럼 전작권이 미군에 있는 상태에서 만약 미·중 또는 미·러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한반도가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굳이 자주국방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들 필요도 없이 한국군의 전작권을 한국이 갖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전작권 전환이 ‘자립형 동맹’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한국군 스스로 전작권을 행사할 역량을 갖췄는지 여부다. 6·25전쟁 초반 북한군의 파상 공세 앞에 한국군이 맥을 못 추자 이승만 대통령은 미군 원수인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전작권을 넘겼다. 이후 1978년 한·미연합사가 창설되며 유엔사의 전작권이 연합사로 이관된 것이 아직 지속하고 있다. 76년 가까이 미군 지휘를 따르는 데 익숙해진 한국군이 과연 환수받은 전작권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브런슨 사령관은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전작권 전환을 정권 치적으로 만들기 위해 전작권 전환 조건을 완화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핵심은 미국 측이 제시한 2029년 1분기까지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우리 군의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군사 능력을 확보하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고강도 훈련은 필수다. ‘남북 관계 개선’을 이유로 자꾸만 한·미 연합훈련을 미루거나 축소하려는 태도로는 전작권 전환 조건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