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코스피가 6500선을 돌파했다. 중동전쟁 등 대외적인 변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을 기반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코스피 지수 상승과 함께 비트코인도 혹한기를 극복할 모양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으로 비트코인은 약 3개월 만에 7만9000달러대를 넘어섰다. 삼전닉스 두 종목의 역대급 실적과 함께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은행권도 역대 최대 순이익을 갈아치웠다.
◆코스피 시총 40% ‘삼전닉스’...기울어진 불장
코스피가 23일 장중 65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간 데는 국내 반도체 대장주의 기록적인 실적이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다만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하며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의 수익률 양극화는 뚜렷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1312조원)와 SK하이닉스(873조원)의 시가총액 합계는 약 2186조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약 1254조원 대비 74.32% 급증한 수치로, 올해 초 35% 수준이던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 내 비중은 이날 기준 41.18%까지 확대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22만9500원까지 치솟으며 한때 글로벌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해 세계 12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반도체 ‘투톱’의 이익 개선이 뚜렷하게 확인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6500선을 돌파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코스피는 이날 1.10% 오른 6488.83으로 개장해 6557.76까지 올랐으나 오후 들어 차익 실현 매물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해 6475.81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날 SK하이닉스의 호실적 발표 이후 나타난 ‘셀온’(고점 매도) 현상과 갑작스러운 유가 변동성이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장중 중동지역 공습 루머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가 자극되며 지수 하방 압력을 키우기도 했다.
코스피 독주 속에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양극화가 뚜렷하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동안 코스닥은 여전히 중동 갈등 이전 수준인 1192.78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도 코스닥은 전장 대비 6.81포인트(0.58%) 내린 1174.31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와 소형주 간의 격차도 심화하고 있다. 이달 코스피 시총 100위까지의 대형주 지수는 29.73% 상승하며 전체 코스피 상승률(28.17%)을 웃돈 반면 소형주는 10.68% 오르는 데 그쳐 상승률 격차가 2.8배에 달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추세적 강세론이 우세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사태 등의 불확실성으로 추세적 돌파가 연기될 수는 있으나 이는 시간의 문제”라며 “과거 전고점 돌파 후 3개월에서 5개월 동안 33%에서 최고 60%까지 급등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다음 반도체 실적 모멘텀은 2분기 실적 시즌이 될 것이며, 그전까지 수급의 낙수효과로 중·소형주와 소외주로 자금이 분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혹한기’ 끝나나...8만달러 재진입 ‘노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휴전 연장을 선언하면서 비트코인이 약 3개월 만에 7만9000달러를 찍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줄곧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제 혹한기를 지나 다시 8만달러를 회복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쯤 비트코인 가격은 7만90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월31일 8만2607달러를 찍은 뒤 2월 7만달러대로 내려온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2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줄곧 6만달러대에 머물러 있었다. 중동전쟁 여파가 상승압력을 누른 것이다.
하지만 4월 들어 미국·이란 간 휴전발표(8일)가 이루어지면서 다시 상승추세를 이어가며 7만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비트코인은 견고한 흐름을 보이며 가격을 유지했고 지난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연장을 발표하면서 7만90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시장은 비트코인 혹한기를 지나 8만달러 회복에 기대감을 품고 있다. 넥소 디스패치(Nexo Dispatch)의 애널리스트 일리야 칼체프는 “비트코인의 핵심 저항선은 7만5500∼7만5600달러 구간이었는데, 현재 이 구간을 넘어섰다”며 “비트코인의 이전 박스권이었던 8만달러를 향한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웹3 전문 리서치·컨설팅사 타이거리서치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의 향후 12개월 목표가를 14만3000달러로 제시했다. 글로벌 유동성이 역대 최고치인 만큼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다시 들어올 수 있고 이란 전쟁 여파 완화 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KB·신한, 비이자이익 급증에 역대 최대 순이익
23일 KB금융은 2026년 1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89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고 밝혔다. 환율·금리 상승 및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은행, 증권, 자산운용 등 계열사 중심으로 순수수료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한 데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기업이 주주의 돈을 활용해 얼마나 순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3.94%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0.9%포인트 개선됐다.
KB금융의 1분기 순이자이익은 3조334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성적보다 2.2% 증가했다.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이탈 압력에도 핵심예금 확대를 통한 조달비용 감축 노력으로 순이자마진이 개선돼 안정적 관리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순수수료이익(1조3593억원)도 증권 및 은행 자산관리 수수료이익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45.5% 성장했다. 이에 따라 비은행 그룹 수수료이익과 순이익 기여도는 각각 72%, 43%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날 신한금융도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622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늘었고, 직전 분기보다는 3배 이상으로 불었다.
신한금융의 이자이익(3조241억원)은 1년 전보다 5.9% 증가했다.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대출 자산 규모도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이자이익이 늘었다고 신한 측은 설명했다.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1조1882억원)은 작년보다 26.5% 증가했다.
두 그룹은 이날 경영실적과 함께 주주가치 극대화 및 자본시장 선진화 기여를 위한 방안을 내놨다.
신한금융은 새로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인 ‘신한 밸류업 2.0’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 달성 목표를 지난해 50.2%로 조기 달성하면서 새 주주환원 목표를 세웠다. 특정 수치를 제시하는 대신 성장률을 목표 ROE로 나눈 수치와 연동해 주주환원율 상한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성장률은 자본 및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율을 고려해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목표 ROE가 10%, 성장률이 4∼5%인 경우 예상 주주환원율은 50∼60%다. 성장률이 높아질수록 주주환원율도 높아지는 구조다.
KB금융은 발행주식총수의 약 3.8%(1426만주)에 달하는 2조3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전량 소각을 발표했다. 상법 3차 개정에 맞춘 것으로, 단일 소각 건으로는 업계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의무소각에 대해 1년6개월 유예기간이 부여됐지만, 주주가치를 높이고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해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