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협상우위 고지 쟁탈전…미 해상봉쇄·이란 내부결속

트럼프 "호르무즈 해협 철통봉쇄…기뢰 설치선 격침"…봉쇄 범위 확대
이란 "휴전 후 첫 방공망 가동" 주장…이스라엘 "전쟁 재개 준비 마쳐"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중재국을 통한 물밑 접촉을 이어가면서도,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서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호르무즈 해협 케심섬 해안에 지난 18일 이란의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컨테이너선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협상이 성사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철통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 미 해군의 승인 없이는 어떤 선박도 드나들 수 없다"며 "이란이 합의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해협은 '철통 봉쇄'(sealed up tight)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는 모든 선박을 사격해 격침(shoot and kill)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동시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바깥 지역까지 봉쇄 작전 범위를 확대하고 나섰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미군은 전날 밤 인도태평양사령부 관할 구역 인도양에서 이란산 석유를 수송하던 머제스틱X호를 나포했다.

지난 21일 인도양에서 이란산 석유를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유조선 티파니호를 나포한 데 이어 또다시 이란 연계 선박을 단속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우리는 불법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이란에 물적 지원을 제공하는 선박을 어디서든 차단하기 위해 전 세계적 해상 단속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은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호를 중동 인근 해역에 추가 투입하기도 했다. 이미 전개된 에이브러햄 링컨호, 제럴드 R. 포드호를 포함해 총 3척의 항공모함이 한데 모인 것이다.

이는 중동 전력을 보강해 유사시 전쟁 재개에 대비하는 한편, 이란의 신속한 협상 참여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이란과의) 합의는 미국과 우리의 동맹, 그리고 전 세계에 적합하고 유익할 때만 이뤄질 것"이라며 "내게는 세상의 모든 시간이 있지만 이란은 그렇지 않다.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고속공격정을 동원해 해협 내 선박 통행을 위협하고 있으며, 전날에는 총 3척의 선박에 발포해 이 중 2척을 나포하기도 했다.

동시에 이란은 내부 결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 '이란 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충돌로 정상적인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를 체제 위협용 '심리전'으로 규정하며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적의 미디어 작전은 국민의 심리를 직접 타격함으로써 내부의 단결을 저해하고 국가 안보를 흔들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이날 엑스(X)에 "이란에 강경파나 온건파는 없다. 우리는 모두 이란인이자 혁명가일 뿐"이라고 썼다.

전쟁의 또 다른 변수인 이스라엘 역시 무력 행사를 이어가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안보 전황 평가 회의에서 "이란과의 전쟁 재개 준비를 마쳤다"며 미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에도 휴전 중 무력 공방이 격화하며 사상자가 속출했다.

CNN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미국이 주재한 레바논-이스라엘 회담 직전 이스라엘 북부에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있는 로켓 발사대를 대상으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후 이란이 휴전 후 처음으로 테헤란에서 "적대적 공중 활동"이 보고돼 방공망이 가동됐다고 주장하며 위태로운 휴전은 한층 불안정한 상황에 놓였다.

국제사회도 별도 행동에 나섰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날 런던 북부 노스우드에서 44개국이 참여한 국제 군사 회의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영국은 공군 타이푼 전투기 부대를 해협 상공 순찰에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