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은 많아야 1~2건 수준이고, 나오면 바로 계약됩니다.”(관악구 신림동 공인중개사 A씨)
서울 전세시장이 단순한 매물 부족을 넘어 거래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전세 물건이 줄어들면서 기존 세입자들은 계약을 연장해 눌러앉고, 일부 실수요자들은 매수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3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2% 올라 2019년 12월 이후 약 6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3월 초(3월 9일) 0.08% 수준이던 상승률은 이달 들어 0.16~0.22%로 확대되며 오름폭이 커지는 흐름이다.
◆상승폭 키우는 전셋값…중저가 지역서 더 가팔라
관악구에서도 전세 상승 흐름이 뚜렷하다. 3월 초 0.02%에 그쳤던 상승률은 같은 달 중순 0.32%까지 치솟은 뒤 최근에도 0.24~0.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기 반등이 아니라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신림동 한 대단지에 거주하는 30대 신혼부부 B씨는 “이번 계약갱신이 마지막일 수 있다”며 “만기 이후 매물로 나올지, 월세로 전환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성북구는 상승 속도가 더 가파르다. 4월 3주 전셋값 상승률은 0.39%로, 1월 초(0.17%)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두 배 이상 커진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장위동 ‘꿈의숲아이파크’(1711가구) 전용 84㎡는 전세 호가가 5억~6억원 수준까지 올라왔고, 최근 6억~7억원대 실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장위동 공인중개사 C씨는 통화에서 “전세 매물은 나오면 바로 계약”이라며 “호가도 계속 올라가는 분위기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 협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매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전세로 거주 중인 한 직장인은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에 “전세를 계속 유지할지, 대출을 끼고 매수로 전환할지 고민된다”며 “전셋값 상승과 불안정한 시장 상황 속에서 장기 거주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다”는 글을 올렸다.
◆ 임대 만기·금융 압박…전세 물량 이탈 가속
임대사업자 주택 만기가 도래하는 점도 전세 물량 감소 압력을 키우고 있다. 서울에서만 올해 8년 의무임대 기간을 채운 등록민간임대 아파트 약 2만 가구가 시장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의무임대 기간이 끝나면 전세 유지 의무가 사라지면서 매매나 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달부터 시행된 금융 규제도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만기연장이 원칙적으로 제한되면서 보유 주택 처분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임차인이 있는 경우에는 계약 종료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만기연장이 허용되지만, 이후에는 매도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세계일보에 “전세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점차 희귀해지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대출 규제와 임대인의 월세 선호가 맞물리면서 전세 시장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