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입소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시설장이 첫 재판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직접 현장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엄기표)는 24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강간 등 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씨(62)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씨는 인천 강화군 길상면에 있는 중증 발달장애인 거주시설인 색동원에 입소 중이던 장애인 3명을 강간하고 다른 입소자 1명을 드럼 스틱으로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가 성폭행 시도를 손으로 막자 유리컵을 던져 상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이날 재판에서 김씨 측은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이 사건은 김씨가 색동원에 있지 않을 때 공소사실 시간을 특정한 것으로 피해자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색동원의 구조나 중증 장애인으로서 밀착 감시를 받는 피해자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김씨가 이들과 접촉해 성폭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 태도를 보면 검사가 반복 질문하고 답을 요구하는 유도성 질문을 한다”며 피해자 진술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김씨 측은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재판부에 현장 검증을 요청했다.
김씨 변호인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진술(범행)이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색동원 구조와 함께 밤 9시 이후 유리컵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를 경우 외부에 들리지 않을 수 있는지, 당직 근무자의 눈을 피해 범행이 이뤄질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현장을 이해한 후에 증인 신문 등 심리를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며 5월15일 오후 2시 10분 색동원에서 현장 검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도 현장검증에 이견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수사 담당 경찰의 보조 인원 참여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도 현장검증에 참여해 직접 상황을 설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재판부는 구치소 측의 사정에 따라 불가능할 경우 피고인 없이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양형조사관을 통해 피해자를 면담하고 일반인 관점에서 의사소통 수준과 진술 특성 등을 파악한 보고서를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중증 발달장애인이기에) 증인신문에서 어떤 방식으로 질문해야 답변이 잘 나올지, 진술조력인이나 신뢰관계인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미리 파악해 신문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공판은 5월 22일 진행된다. 피해자들의 진술 녹화물 재생과 진술을 분석한 전문가들에 대한 증인 신문이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