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야간 정비’ 가볍게 보다가 치매 위험 1.3배 높아진다 [건강+]

수면장애,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질환 발생 위험 32% 높여

낮잠 많고, 아침 기상 어려우면 위험
“적극 진단하고 관리해야 치매 등 예방”

수면장애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낮잠을 자주 자거나 낮 동안 졸림이 심하고 아침 기상이 어려운 증상이 더 큰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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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Gemini’로 생성한 이미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김태원 강사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 교수,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박유랑 교수, 인공지능융합대학 정다은 연구팀은 수면 관련 행동 특성이 신경퇴행성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질환 예측에도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최근 밝혔다.

 

24일 연구팀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은 발병 이후 회복이 어려운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하다. 수면은 뇌 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핵심 회복 과정으로, 일종의 ‘뇌의 야간 정비 시간’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수면장애가 이러한 뇌 보호 기능을 무너뜨려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어떤 수면 습관이 특히 위험 신호인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영국의 대규모 건강 데이터베이스인 ‘UK 바이오뱅크(UK Biobank)’를 활용해 수면장애를 진단받은 3만여 명과 수면장애가 없는 14만여 명을 최대 30년간 추적 관찰하며 신경퇴행성질환 발생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수면장애가 있는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신경퇴행성질환 발생 위험이 32% 높았다. 파킨슨병은 1.31배, 알츠하이머 치매는 1.33배, 혈관성 신경퇴행성질환은 1.38배 더 많이 발생했다. 수면장애 유형별로는 몽유병 등을 포함한 비렘수면 사건수면의 위험비가 3.46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과수면증(2.79배), 수면무호흡증(1.44배), 하지불안증후군(1.32배), 불면증(1.21배) 순이었다.

 

관찰기간 동안 수면장애 그룹(SD group)은 비수면장애 그룹(non-SD group)과 비교해 신경퇴행성질환 발생 위험이 최대 3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은 낮잠과 주간 졸림, 아침 기상 어려움 같은 낮 시간의 증상에 주목했다. 수면장애 환자 가운데 낮잠을 자주 자는 경우 신경퇴행성질환 위험이 1.53배, 주간 졸림이 심한 경우 1.6배, 아침 기상이 어려운 경우 1.81배 높았다. 불면증 환자가 잦은 낮잠을 자는 경우에는 위험도가 2.85배까지 높아졌고,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주간 졸림을 호소할 때도 위험이 1.9배 증가했다.

 

연구팀은 수면장애 관련 정보가 실제 질환 예측에도 활용될 수 있는지 검증했다. 연령과 성별, 동반질환 같은 기본 정보에 수면장애 유형을 추가한 예측 모델을 만들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7077명에게 적용한 결과 기존 모델보다 판별력과 임상적 유용성이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박유랑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수면장애 유형 정보의 예측 가치를 검증함으로써 신경퇴행성질환 조기 예측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필휴 교수는 “수면장애를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향후 신경퇴행성질환 예방 전략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스 앤드 디멘시아’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