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또 연장’ 80조원 넘은 조세지출, 올해 대수술한다…“심층평가 통해 제도 지속성 판단해야”

조세지출 중 ‘상가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액공제’(착한임대인 세액공제)는 지난해 심층평가가 실시됐다. 그 결과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에 대한 효과성이 불분명해 장기적으로 제도를 일몰하고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하는 대체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고소득 임대사업자가 절세목적으로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등 도입취지가 상당 부분 흐려졌고, 임대료 인하 효과도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심층평가 취지는 지난해 세법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고, 이 제도는 여전히 시행 중이다.

 

사진=뉴스1

‘숨은 보조금’이라고 불리는 조세지출이 올해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정부가 조세지출제도 전수조사를 통해 불요불급한 조세지출 폐지를 예고하면서다. 올해 국세감면액 전망치는 80조5000억원으로 정부가 예상한 총수입(700조6000억원·추경 기준)의 11.5%에 달한다. 연간 감면액이 300억원 이상으로 일몰기한이 도래하는 의무심층평가 항목을 중심으로 효과성이 낮은 항목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26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을 보면 올해 국세감면액은 80조5000억원으로 전망되는데, 이달 10일 확정된 추가경정예산을 감안한 국세감면율은 15.3%로 예측된다. 본예산 대비 올해 국세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세감면율은 정부가 추정한 수준(16.1%)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 이에 따라 올해는 국세감면율이 4년 만에 법정한도(16.5%)를 크게 밑돌 것으로 관측된다. 이전 정부에서는 조세지출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세수마저 감소하면서 국세감면율이 3년 연속 법정한도를 초과했다. 국세감면율 법정한도는 직전 3년 국세감면율 평균에 0.5%포인트를 더한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의 역대급 호황이라는 특수한 여건으로 세수가 증가하는 측면이 있는 데다 저출생·고령화 등 향후 중장기적으로 재정소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엄격한 조세지출 관리는 필수적이란 분석이다.

 

정부 역시 이런 점을 반영해 지난달 올해 강도 높은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이 기본계획에 따라 각 부처는 조세지출 신설·확대가 필요한 경우 건의서를, 일몰도래 조세특례 등에 대한 효과분석 등을 담은 평가서를 이달 말까지 재경부장관에게 제출하게 된다.

 

올해 조세지출 기본계획의 특징은 조세지출제도에 대한 지원 필요성·효과성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 유형별 정비대상을 선정하고, 필요성이 소멸된 조세지출 및 장기간 운영된 제도는 적극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점이다. 또 정책목적상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조정이 필요한 제도는 재설계에 나선다. 즉, 정부가 간접적으로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보다 타깃을 정해 재정지원을 강화하는 게 효율적인 경우, 조세지출을 재정지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세지출은 한 번 도입하면 폐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특징을 지닌다. 지난해 역시 축소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연장된 제도가 상당했다.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대표적으로 지난해 확대된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와 단순 연장된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감면 제도’를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지난해 재정포럼 8월호). 오 선임연구위원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과표 양성화를 위해 1999년에,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제도는 경영 여건이 악화된 중소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해 1992년에 도입된 제도”라면서 “이미 정책 목표를 달성하였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면서 상당한 규모의 조세지출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일몰이 연장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국내생산촉진세제에 대해 예비타당성평가가 실시되고, 공익사업용 토지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등 14개 제도에 대해서는 의무심층평가가 실시된다. 예타평가는 조세특례 신설·변경시 연간 감면액이 300억원 이상인 경우, 의무심층평가는 연 감면액이 300억원 이상인 일몰도래 조세특례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아울러 의무심층평가 대상은 아니지만 효율성 제고를 위해 평가가 실시되는 임의 심층평가도 17건에 대해 실시된다. 이는 예타 1건, 심층평가 27건이 실시된 지난해보다 많은 수준이다.

 

예정처는 올해 의무심층평가 항목에 포함된 제도의 경우 심층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재설계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의무심층평가대상에는 일몰이 반복적으로 연장된 항목이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감면액이 1조1638억원에 달한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의 경우 ‘제도 효과성은 제한적이지만, 노동시장 인력불일치 문제에 대한 정부 개입을 위해 일몰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예정처는 “조세지출 항목이 한번 도입되면 제도 폐지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예타 면제 요건을 강화하고 원칙적으로 타당성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기존 조세지출 제도에 대해서는 심층평가를 통해 제도 지속 필요성을 판단하고, 효과성이 낮은 항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제도 재설계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