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민당 출신 총리는 점심을 비서관 등과 함께 먹으며 의견 교환을 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기본적으로 혼자서 점심 틈새시간을 보낸다. 점심을 거르는 일도 많다.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농담처럼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면 립스틱을 고칠 수도 없어요’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일본 다카이치 총리가 집권한지 딱 6개월이 된 지난 21일 요미우리신문에 이런 내용이 실렸다.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자민당 안팎의 우려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 회식 대신 ‘혼밥’을 즐긴다는 것은 대면 의사소통의 기회가 적다는 뜻이다. 그의 ‘정치적 멘토’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거의 매일 밤 경제계 인사나 여당 의원들과 같이 식사하면서 의견을 교환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거기에 혼밥조차 거를 때가 많다는 것은 건강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그가 점심 시간을 이용해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있다는 현지 매체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하루 2∼4시간…더 자고 싶다”
2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아마리 아키라 전 자민당 간사장과 총리관저에서 면담하며 “수면을 좀더 취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앞서 그는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나와 공관 생활에 대해 “가사에 시간을 많이 빼앗겨 수면 시간이 비교적 짧다”며 “그밖의 시간은 업무를 하는 데 쓰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본인 수면 시간이 “대체로 2시간부터 길게는 4시간”이라고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퇴근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해서는 현지 매체들 설명이 거의 일치한다. 요미우리와 아사히신문 등 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오후 6시쯤 일과를 마치고 “내일까지 공부해야 한다”면서 자료 뭉치를 들고 퇴근한다. 저녁 회식에 참석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당이나 부처 고위관계자와의 조율 작업은 대개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에게 일임한다.
그는 총리관저 옆 공저에서 남편 야마모토 다쿠 전 의원과 함께 살고 있다. 올해 65세(1961년생)인 그가 몸이 불편한 남편의 간병뿐 아니라 세탁 등 집안일을 직접 한다. 간병인이나 가사 도우미는 따로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앞서 “공관에서는 장을 보러 가기도 어렵고 음식 배달도 안 된다. 냉동식품이 떨어지면 끝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집안일 마친 뒤 자료 뭉치에 몰두
집안일을 마치면 국회 답변서와 정부 자료 검토에 몰두한다. 대면 보고나 브리핑을 받기 보다는 혼자 문서를 읽는 것을 선호한다. “읽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나중에 물어보겠다”는 식이다. 의문점이 생기면 비서관을 통해 답변을 요구하는 형태다. 자료의 수정 사항 등을 펜으로 적은 뒤 팩스 또는 이메일을 보낸다. 측근들은 “새벽 5시30분쯤부터 (총리의)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정치 저널리스트 아오야마 가즈히로는 데일리신초에 “국회 예산 심의 기간에는 총리의 수면 시간이 두세 시간에 불과했던 것으로 안다”며 “오후 11시가 지나면 잠깐 눈을 붙인 뒤 새벽 2시30분에 일어나 3시부터 답변서에 빨간 펜으로 메모를 해 가며 공부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당선된 뒤 “나 자신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을 버리겠다.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힌 바 있는데, 실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대신 주변에서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관료들과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총리의 육성이 들려오지 않는다”, “총리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어렵사리 대면 보고 기회를 갖더라도 10분을 넘지 않는다. 자민당 지도부 인사는 “예산 심의에 관해 총리와 직접 대화한 것은 딱 한번뿐”이라고 말했다.
◆“점심 거르고 수면…담배는 하루 2갑”
이같이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다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주변의 걱정이 크다. 요거트와 과일로 아침을 먹고 점심은 거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널리스트 아오야마는 “평일인데도 관저에 틀어박혀 방문객도 받지 않는다든가, 점심시간에 집무실 소파에 누워 있다거나 해서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고 했다.
수면 부족에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데다 담배도 많이 피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자민당 총재선거 후 주변에 “스트레스로 흡연량이 늘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원래부터 애연가였는데, 지금은 하루에 두 갑 정도 피운다고 슈에이샤 온라인판이 최근 보도했다. 전자담배가 아닌 연초를 피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2·8 조기총선 기간 지병인 류머티스 관절염이 도져 생방송 TV 토론 출연을 당일 취소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는 최근까지도 손목에 보호대를 착용하는 모습이 목격됐는데, 흡연 때문에 약효가 듣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는 지난달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협력이사회(GCC) 6개국 대사와의 면담 일정을 갑자기 취소한 적도 있다. 중동 사태로 에너지 공급 위기가 커진 시점이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총리관저 관계자는 피로 누적에 따른 감기 증세를 이유로 들었는데, 그날 오후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를 마친 뒤 약 1분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눈가를 누르는 피로한 기색을 보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 지도부 오찬 정례화…변화 보일까
다카이치 총리는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10일에는 아소 다로 부총재,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 등 당 지도부와 모처럼 오찬을 했고, 앞으로 오찬 간담회를 정례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24일 보도했다. 당시 아소 부총재는 다카이치 총리가 과도하게 고립될 것을 우려해 “의식적으로 스스로 다가가지 않으면 올바른 정보를 얻기 어렵다”며 회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총리가 당과 확실하게 의사소통하겠다는 자세를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