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을 앞두고 백악관 과학기술 핵심 인사가 중국의 ‘AI 베끼기’ 문제를 정면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해당 사안이 의제로 오를지 관심이 집중된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23일(현지시간)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주로 중국을 비롯해 외국 업체들이 미국의 AI를 훔치기 위해 대규모증류(distillation)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적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이어 “우리는 미국의 혁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중국 등 외국 업체들이 “수만 개의 프록시와 ‘탈옥’(jailbreaking·AI 시스템이 설정한 보안이나 윤리적 제한을 우회해 악의적인 목적을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해킹 기법) 기술을 활용해 조직적 캠페인을 펼치면서 미국의 획기적 발전 기술을 체계적으로 빼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이러한 취약한 기반 위에 설립된 외국 업체들은 그들이 생산하는 모델의 무결성과 신뢰성에 거의 확신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달 14∼15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20여일 남긴 상황에서 중국을 직접 겨냥한 논평이 나와 주목된다. 특히, 해당 내용이 미국과 중국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 중인 AI 관련된 것이라 더욱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 기업들의 ‘AI 베끼기’ 의혹을 공론화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의 대표적 AI 선도 빅테크인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 등이 중국의 첨단 AI 모델 ‘베끼기’에 공동대응하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 나온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들 3사가 지난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설립한 비영리 단체 ‘프런티어 모델 포럼’을 통해 중국의 AI 기술 탈취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모으는 정보는 중국 AI 업체들의 ‘적대적 증류’와 관련한 것으로, 크라치오스 실장이 지적한 중국 업체의 ‘대규모 증류 캠페인’과 같은 개념이다.
증류란 상위 AI 모델의 답변을 데이터로 삼아 새로운 모델을 훈련하는 기법이다. 오픈AI는 AI 기술 탈취 업체로 중국의 ‘딥시크’를 지목했고, 미 연방 하원 중국특별위원회에 이런 내용의 메모를 전달하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크라치오스 실장은 특정업체명은 거론하지는 않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공화당 스티브 대인스 상원의원(몬타나)이 이끄는 의회 대표단이 다음 달1일 방중 일정을 시작, 상하이·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이 24일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표단은 민주·공화 양당 소속 5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인 명단은 알려지지 않았다. 대표단이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부터 논의가 진행됐고, 당초 3월 말로 예정됐지만 미뤄진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SCMP는 미중 관계 악화에 따라 의회 대표단의 방중이 드물어졌다면서도, 현재로서는 대인스 의원의 방중이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 있는지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다만, 미 싱크탱크 중미연구소(ICAS)의 서라 굽타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지는이번 의회 대표단 방중에 대해 “긍정적 신호”라면서 대인스 의원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관리사(whisperer)’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