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코로나 집단감염’ 동부구치소 수용자들, 손배소 또 패소

국가 상대 항소심도 패소…法 “대처 미흡했지만 위법 행위 인정 부족”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항소심도 패소했다.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2020년 12월29일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종이에는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이라고 적혀있다. 뉴시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부장판사 장준현 신영희 허용구)는 지난 8일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 등 33명이 정부와 당시 교정시설 감독 책임자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에 이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11월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직원 1명이 확진되면서 시작했다. 11월 이후 서울동부구치소 내 확진자는 계속 늘었고, 이듬해 1월17일 기준 구치소 내 누적 확진자는 직원 27명, 수용자 1176명으로, 총 1203명에 달했다. 2021년 3월이 돼서야 코로나19에 확진됐던 수용자들이 모두 격리 해제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와 가족들 33명은 정부가 ‘직무상 과실’로 수용자들을 감염되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추 전 장관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대립에만 집중해 집단감염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중과실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정부와 추 전 장관이 각 원고에게 50만~2000만원의 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2020년 11월부터 진행된 직원 중심의 1차 감염 확산과 이후 이어진 수용자 중심의 2차 감염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추 전 장관 등 법무부 소속 공무원들이 집단감염 사태 대처 등에 있어 결과적으로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직무상 과실이 있다거나 재소자들에 대한 구체적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1심에 불복한 재소자들은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 역시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되 일부를 고치거나 추가했다. 2심 재판부는 “오히려 재소자 그룹에서의 최초 감염이 직원 그룹보다 먼저 발생했으므로,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확진된 직원이 수용자들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동부구치소는 밀접 접촉자를 확진자와 비확진자라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구분했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주요 유입 경로는 신규 입소자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고 33명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2020년 말 동부구치소에서는 하루 수백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도 나오며 관리 부실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법무부가 구치소 외벽 창문 밖으로 ‘살려주세요’라고 적힌 종이를 내보인 수용자에 대해 방충망 파손 혐의로 조사에 나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은 이후 잇따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줄줄이 패소했다. 2022년 4월 서울중앙지법 민사7단독 우광택 판사는 동부구치소 수용자 A씨가 낸 3000만원 규모 손해배상을 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24년 4월 같은 법원은 수용자 26명이 낸 3억9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고, 같은 해 7월에도 수용자 13명이 낸 1억9500만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