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시술받은 환자 몸속에 거즈가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피해자는 해당 병원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5일 부산 기장경찰서에 따르면 3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1월 산부인과 의사 B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자궁 관련 시술을 받은 뒤 출혈 등이 발생하자 병원을 다시 방문해 지혈 치료를 받았다. 약 일주일 뒤 월경 과정에서 손바닥 크기의 거즈가 몸속에서 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과 고열, 오한 등에 시달리다 몸속에 남아 있던 거즈와 관련 있다고 판단, B씨를 고소했다.
B씨는 처음에는 해당 물질이 체내에서 녹는 지혈제라고 설명했지만, A씨의 거듭된 항의에 일반 거즈를 제거하지 못한 것 같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약 4개월간 수사를 벌인 끝에 지난달 B씨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 산부인과 전문의 자문 등을 통해 B씨가 거즈를 체내에 남긴 과실은 인정되지만 통증 등 증상과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에 불복한 A씨는 이의를 제기한 상태이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해 합의 권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 후 체내에 거즈 등 이물질이 남아 염증을 일으키는 이른바 ‘고시피보마(gossypiboma)’는 드물지만 실제 보고되는 사례다. 수술용 거즈가 환자의 체내에 잔류해 복통을 호소하는 의료 사고는 복부 수술을 기준으로 1000~1500건당 1건꼴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면으로 만들어진 수술용 거즈는 그 자체로 생화학적 반응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주변 조직과 염증반응을 일으켜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
최근에도 지속적인 복통 끝에 병원을 찾은 외국 여성의 뱃속에서 수술용 거즈가 발견된 사례가 국제 의료 학술지에 보고된 바 있다. 국제 학술지 ‘임상증례 보고(Clinical Case Reports)’를 보면 지난달 방글라데시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의 복부에 남은 수술용 거즈가 괴사를 일으켜 제거 수술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2015년 8월 코 성형수술을 받는 태국인 여성의 왼쪽 갈비뼈에서 연골을 채취하다가 그 안에 거즈를 남겨둔 채 봉합해 상해를 입힌 서울의 한 성형외과 의사가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2023년 서울중앙지법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해당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5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