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의 시계가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대 앞에 멈춰 섰다. 서울행정법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손을 들어주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에 대한 중징계 요구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감독 선임 절차의 하자부터 조직 운영의 방만함까지 문체부가 지적한 비위 사실을 조목조목 짚으며, 이번 조치가 “재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정당한 법 집행”임을 명확히 했다. 사실상 ‘정몽규호’의 독단적 행정 시스템을 향해 사법부가 강력한 ‘레드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26일 축구계에 따르면, 해당 판결이 나온 뒤 ‘미스터 쓴소리’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자신의 공식 유튜브 ‘신문선의 골이에요’를 통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신문선 교수는 이번 사태를 스포츠의 기본 원칙인 ‘룰의 파괴’로 규정했다. 신 교수는 “부정 선수가 출전한 팀은 경기에서 승리해도 결국 몰수패를 당하는 것이 스포츠의 철칙”이라며 이미 중징계 대상이었던 정몽규 회장이 후보 등록과 선거를 강행한 것 자체가 본질적인 ‘불법’이자 국민을 기만한 행위라고 일갈했다. 특히 정 회장이 사법부의 판단을 수용하기보다 항소를 통해 시간을 벌려 한다면, 이는 월드컵까지 자리를 보전하려는 비겁한 전략이자 축구 팬들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공적 시스템의 사유화’를 거론하며 대한축구협회가 정 회장의 ‘개인 회사’가 아님을 상기시켰다. 특히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보여준 ‘탑-다운’(Top-down) 방식의 의사결정이 결국 한국 축구를 아시아 3류 수준으로 추락시켰다”고 개탄했다. 최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E)에서 K리그 팀들이 동남아 클럽팀에 고전하는 모습은 무너진 행정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정 회장이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면접을 ‘단순 면담’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얕은 꼼수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지만 사법부는 이를 절차적 하자로 엄중히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 교수는 잘못된 판단으로 낭비된 협회 예산에 대해 정 회장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로 발생한 막대한 위약금은 정 회장 개인 돈이 아니라 축구인들의 피땀 어린 예산과 정부 기금이 포함된 공적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독단적 결정으로 낭비한 것은 법률적으로 ‘배임’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진 20억원대 연봉 논란과 관련해서도 “개인 사재 출연은 미비하면서 축구인들의 수익으로 생색만 내는 무능한 행정의 극치”라고 돌직구를 꽂아 넣었다.
끝으로 그는 대한축구협회의 항소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항소는 징계를 면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끌어 월드컵까지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비겁한 전략”이라며 “이미 6만 관중이 경기장에서 ‘정몽규 나가’를 외쳤을 때 국민적 징계는 끝났다. 이제라도 통렬히 반성하고 즉각 사퇴하는 것만이 대한민국 축구 미래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지난 23일 대한축구협회가 제기한 조치 요구 취소 청구를 기각하며 문체부의 감사 결과가 정당함을 조목조목 확인했다.
재판부는 우선 정 회장의 클린스만 감독 후보자 면접을 ‘단순 면담’으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는 전력강화위원회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권한 없이 감독 선임에 개입한 행위라는 판단이다. 또한 추천 권한이 없는 기술총괄이사가 주도한 홍 감독 선임 과정 역시 “이사회의 감독 선임 권한을 형해화(뼈대만 남김)했다”며 절차적 하자를 분명히 했다.
행정 및 재정 관리 부실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대한축구협회가 문체부 승인 없이 대출을 받고 보조금을 허위 신청한 점, 대한체육회 규정을 위반한 축구인 기습 사면, 비상근 임원에 대한 부적정한 자문료 지급 등을 비위 사실로 적시했다. 대한축구협회 측은 문체부의 징계 요구가 재량권 남용이라 주장했으나, 법원은 “협회 자체 규정에 따른 정당한 징계양정이며 위법성이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협회는 정 회장에 대한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포함해 지적된 9가지 사안에 대한 시정 조치를 이행하고 그 결과를 문체부에 통보해야 한다.
축구장 안팎의 공기는 이미 차갑게 식었다. 경기장을 메운 6만 관중의 야유는 특정 경기의 승패를 넘어, 상식과 공정이 무너진 행정 시스템을 향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사법부의 이번 판결은 그간 외면받았던 팬들의 목소리에 법적 정당성이라는 마지막 근거를 더한 셈이다. 이제 대한축구협회에 남은 과제는 법리적 다툼을 통한 절차 지연이 아니라, 붕괴된 행정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한 실질적인 인적·구조적 쇄신이다. 대한민국 축구가 아시아의 변방으로 추락할 것인지, 아니면 공정한 시스템 위에서 재도약할 것인지 기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