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한국의 연금 지출이 주요 20개국(G20) 선진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이 나왔다.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탓에 우리 사회가 체감하는 재정 압박 강도가 주요국보다 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26일 IMF의 재정 모니터(Fiscal Monitor)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연금 지출은 2025~2030년 5년 사이 국내총생산(GDP)의 0.7%만큼 증가해 G20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른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IMF는 한국·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캐나다·호주·이탈리아 등 9개국을 따로 묶어 G20 선진국(Advanced G20 countries)으로 분류하고 있다. 주요국을 보면 일본은 이 기간 연금 지출 증가율이 0.2%로 관측됐고, 미국 0.5%, 영국 0.0%, 호주 -0.1%, 이탈리아 0.6%, 독일 0.3%, 프랑스 0.1%, 캐나다 0.4% 수준으로 예상됐다.
한국은 2025∼2050년 연금 지출변동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of Pension Spending Change) 역시 GDP의 41.4%로 G20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순현재가치는 미래에 얻을 수 있는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투자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다. 2025∼2050년 연금 지출변동 순현재가치는 2050년에 예상되는 연금 지출과 2025년 연금 지출의 차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향후 25년간 한국의 연금 지출이 현재 가치로 환산해 GDP의 41.4%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36개 국가·지역 평균은 13.2%, G7 평균은 11.7%, G20 선진국 평균은 12.2%로 한국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은 2030년 건강관리 지출이 2025년보다 GDP의 0.9%만큼 증가하는 것으로 관측돼 G20 선진국 중에서 미국(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IMF는 지난해 11월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에서 “한국은 연금과 건강관리 비용 증가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 고령화가 주원인이 돼 높은 수준의 장기 지출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장기 재정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연금개혁 등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한 바 있다.
보고서는 노인연령 기준 상향 시나리오를 세 가지로 나눠 기초연금 재정 소요 변화를 추계했다. 우선 2033년 65세에서 5년마다 1세씩 높여 2058년 이후 70세까지 상향하면 2025∼2065년 기초연금 재정소요액은 기준선(물가상승률 반영)보다 203조8000억원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내년부터 1세씩 2년마다 올려 70세까지 높이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기초연금 재정소요는 기준선보다 372조5000억원 준다. 마지막은 잔존 기대수명에 연동해 노인연령 기준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잔존 기대수명이 일정 기준, 가령 15년 또는 20년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의 연령을 노인의 새로운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이 경우 노인연령 기준은 현재 65세에서 2년마다 1세씩 높아지다가 2036∼2040년 71세, 2041∼2045년 72세, 2046∼2050년 73세, 2051∼2055년 74세, 2056년 이후 75세까지 올라간다. 이 시나리오에서 기초연금 재정 절감액은 603조4000억원에 달했다.
보고서는 “노인연령 기준을 더 빨리 올리거나 더 높이 올리면 재정감축 규모가 더 커진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고령화의 진행으로 전체 재정소요액 대비 국비 비중이 점진적으로 높아질 수 있어 재정절감액의 최대 90%는 중앙정부의 몫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