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전남 율촌산업단지에서 만난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롯데EP) 관계자의 설명이다. 롯데EP는 롯데케미칼의 자회사로 고기능성 소재인 ‘EP(엔지니어링플라스틱)’ 생산을 전문으로 맡는다. EP는 플라스틱에 다른 재료를 섞어 ‘특성’을 부여한 재료다.
예를 들면 난연 소재를 넣어 화재에 강한 난연 플라스틱, 도체 소재를 섞어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식이다. EP 생산을 위해선 플라스틱과 다른 재료를 섞는 ‘컴파운딩’ 공정을 거쳐야 한다. 율촌공장은 이 컴파운딩 공정을 전문으로 맡는 시설이다. 롯데케미칼이 3000억원을 들여 지은 시설로 지난해 10월 일부 생산라인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 최종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재 연간 50만톤(t) 상당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력 상품은 고부가 플라스틱 제품인 ABS 플라스틱과 폴리카보네이트(PC) 컴파운딩 소재다. 현재 가전과 IT기기, 모빌리티와 같은 다양한 산업의 고객사에 맞춤형 고기능성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공장 입구를 지나 대로를 따라 들어서니 커다란 원형탑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컴파운딩 공정을 거치기 전의 일반 플라스틱 원료를 보관하는 ‘사일로’다. 이곳에 저장된 원료는 별도의 운반절차가 필요없이 자동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동’으로 보내진다.
생산동은 고객사의 주문에 맞춰 소재에 각자의 특성을 입히는 컴파운딩 공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컴파운딩이 끝난 소재는 사출 과정을 거친다. 사출기를 통해 나오는 특수 플라스틱은 마치 국수 면발과 같은 모양으로 나온다.
사출돼 나온 제품은 작은 알갱이 모양의 ‘펠렛’형태로 다시 가공된다. 이 알갱이들을 모아 포대에 담아 포장이 끝나면 모든 공정이 끝난다. 이후 포장된 상품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공장 입구의 창고로 보내진다. 원료 입고에서 최종 포장단계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로 한 번에 이뤄진다. 자동 창고에 보관된 상품은 목적지에 따라 분류된다. 수출용은 컨테이너에 실려, 광양항이나 부산항으로 가고, 내수용은 국내 고객에게 배달되는 운송 차량에 실린다.
기초소재 강자인 롯데케미칼이 율촌공장에 막대한 금액을 들여 시설을 마련한 이유는 석유화학 시장 변화와 관련이 깊다. 롯데케미칼은 나프타분해시설(NCC)를 활용해 만드는 기초소재, 즉 일반 플라스틱 강자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반 플라스틱 시장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로 인해 시장이 침체된 상태다. 중국과 중동업체들의 공습을 감당하지 못한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현재 정부 주도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재편에 들어간 상태다. 롯데케미칼 역시 핵심 생산시설인 대산공장과 여수공장의 설비를 통합하고 줄이고 있다.
부진에 빠진 기초소재와 달리 스페셜티 소재 시장은 갈수록 성장 중이다. 고기능성 플라스틱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국내 업체는 물론, 해외 업체까지 스페셜티 중심으로 생산 체제를 바꾸는 중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이 변화에 올라탔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총괄대표가 16일 열린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초화학은 선제적 사업재편을 통한 합리화로 경쟁력을 보완하고,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의 4대 성장 축을 탄탄히 쌓아 올려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것”이라고 직접 밝힌 바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향후에는 생산 난이도가 더 높은 고성능 소재 ‘슈퍼EP’ 제품군까지 생산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추후 확장을 거치면 연간 70만t 규모의 스페셜티 제품을 생산하는 스페셜티 사업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