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조 도박판, 중독된 아이들…벼랑 끝 청소년 구할 백신은 ‘학교체육’

“베팅 대신 슈팅”…도박 늪 빠진 청소년 구출 시급
1년 새 검거 62% 폭증, 단순 단속은 한계…스포츠 통한 ‘건강한 도파민’ 수혈 절실
가상 세계 갇힌 청소년들을 ‘운동장’으로…교육·복지·체육계 ‘원팀’ 뭉칠 시점

교실 뒷자리, 책상 아래로 감춘 스마트폰 속에서는 소리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전광판의 숫자 하나에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이 교차하는 기이한 풍경. 불법 도박이라는 거대하고 정교한 덫은 어느덧 우리 아이들의 교실 깊숙이 침투해 있다. 단속과 처벌이라는 사후처방이 진화하는 도박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쩔쩔매는 사이, 교육과 체육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결론을 내놨다. “아이들을 다시 뛰게 하라.” 스마트폰의 가상 세계에 갇힌 아이들을 다시 햇살 내리쬐는 운동장으로 불러내는 것, 그것이 도박 중독을 막을 가장 강력한 방파제라는 믿음이다.

ChatGPT(AI) 생성 이미지

27일 체육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불법도박의 청소년 확산 위기와 스포츠의 책임’ 토론회에서 절박한 위기를 극복할 핵심 열쇠로 ‘학교체육의 부활’이 강력하게 제시됐다.

 

통계는 이미 한계를 넘어선 경고음을 내고 있다. 국내 불법 도박 시장이 96조원 규모로 비대해진 가운데, 청소년 참여 비율은 약 4%에 육박한다. 특히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도박 관련으로 검거되거나 선도 심사에 넘겨진 청소년 수는 2024년 478명에서 2025년 777명으로 불과 1년 만에 62%라는 기록적인 폭증세를 보였다.

 

이진식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은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 한 명이 발생시키는 사회적 비용이 약 2조 원에 달한다”면서 이것이 단순한 일탈이 아닌 국가적 재난임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해법은 ‘스포츠를 통한 건강한 몰입’이다. 단순한 규제와 단속은 교묘해지는 온라인 도박 속도를 따라잡기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김동환 한양대 명예교수는 “학교 시스템 안에서 체육 활동을 강화해 아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분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어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자극적인 ‘도파민’을 쫓아 도박에 빠지는 아이들에게 스포츠가 주는 성취감과 팀워크라는 건강한 자극을 대신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장의 목소리도 구체적이다. 하동진 서울경찰청 계장은 “청소년 도박은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아이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체육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채준 스포츠포럼21 상임대표 역시 미국식 모델을 언급하며 “학교 스포츠팀 활동과 리더십 경험이 대학 진학 등 진로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체육은 가장 강력한 도박 예방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도박 사이트의 클릭질을 멈추게 할 힘은 아이들을 스마트폰 밖 운동장으로 불러내는 데 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조한 것처럼 청소년 도박은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할 절박한 과제다. 그 중심에는 학교 체육의 정상화가 자리 잡고 있다. 아이들이 베팅 대신 슈팅을, 홀짝 게임 대신 팀워크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과 복지, 체육계가 하나로 뭉쳐 거대한 ‘방파제’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