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AI 기반 딥페이크 탐지… 지방선거 가짜뉴스 식별에 큰 도움” [세계초대석]

국과수·행안부 시스템 공동 개발
생성형 AI로 만든 가짜 판별 가능
선관위, 탐지 시스템 감정에 활용

감정업무 폭증에 1인당 2300건
제주분원 신축·인력 확충 과제
신속·정확 부검 정평… 효율 제고

AI 기반 정량적 분석 체계 구축
3∼4주 걸리던 업무 획기적 단축
몽골·베트남 등 K과학수사 전수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다. ‘딥페이크’(허위 영상물)가 단적인 예다. 특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 목적의 딥페이크를 정확하고 신속히 가려내는 게 중요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AI 기반 딥페이크 탐지 분석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다. 국과수가 행정안전부와 개발한 이 모델은 생성형 AI 기반의 정교한 딥페이크 진위 판별이 가능하다.

 

이봉우(59)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20일 강원 원주시 국과수 본원에서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딥페이크 탐지 시스템이 선거 가짜 뉴스 방지 등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국과수는 국내 최고이자 최대 감정 기관으로서 첨단 감정 기법을 연구개발(R&D)해 보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 시도선거관리위원회는 국과수 딥페이크 탐지 시스템을 활용해 딥페이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봉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국과수 내 ‘인공지능(AI) 전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AI 기반 감정 체계를 구축해 업무를 효율화해 나갈 방침”이라며 “제주분원 독립 청사 건립이 시급하고 법의관 충원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원주=최상수 기자

이처럼 기술 발달과 맞물려 국과수 역할이 확대되며 업무량은 폭증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해 감정 건수는 81만4233건으로, 2020년 대비 약 40% 늘었다”며 “감정관 현원은 355명인데 1인당 연간 약 2300건을 감정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이에 대응해 업무 효율화를 위한 ‘AI 기반 감정 체계’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 ‘AI 전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라며 “AI 관련 R&D 역량도 강화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시설 및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이 원장은 제주분원 독립 청사 건립과 법의관 충원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다음은 대면 인터뷰에 이어 27일 서면으로 이뤄진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국과수 감정 업무 현황은. 감정관 1인당 연간 약 2300건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2020∼2025년 연평균 약 5.8% 증가했다. 1955년 국과수 출범 당시엔 부검 위주였는데, 지금은 디지털과 마약, 유전자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감정 의뢰가 가장 많은 건 유전자다. 지난해 유전자 분석은 29만8961건으로, 전체 감정의 36.7%에 달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어서다. 범죄 현장 증거물 DNA 감식, 변사자와 실종자, 치매 노인 신원 확인 등이 있다. 일본 조세이탄광 수몰 사고 한국인 희생자 유해 확인을 위해 일본과 유전자 검사 관련 협의도 하고 있다.”

 

이봉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2026.04.20 원주=최상수 기자

―부검은 여전히 국과수의 주된 업무다. 법의학자로서 세월호 참사나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대전 안전공업 화재 등 각종 재난·재해와 관련해 부검 업무를 어떻게 고도화해야 한다고 보나.

 

“대형 재난·재해 관련 국과수의 신원 확인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신속성과 정확성을 자랑한다. 365일 쉬지 않는 부검 감정과 함께 현장 대응팀을 운영해 주요 사건·사고는 긴급 감정을 통한 신속한 해결을 지원한다. 경찰 등 수사기관과 협업을 통한 ‘투명한 감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경찰, 행안부와 정보 시스템 연계성을 강화해 부검 접수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최근 마약 범죄뿐 아니라 약물 사용 범죄가 심각하다. ‘강북 모텔 연쇄 살인’ 사건은 어떻게 보나.

 

“마약은 신종이 특히 많다. 신종 마약류를 검출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해 마약류로 지정되게 한다. 최근 수면제, 신경안정제 등 정신과 약물 처방과 사용이 증가하며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 절도, 사기 등 범죄도 늘고 있다. 강북 모텔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약물 관련 범죄가 다양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감정 기법과 분석 역량을 고도화해 가겠다.”

 

―이달 2일부터 ‘약물 운전’ 처벌 수준이 강화됐다. 경찰의 단속 기준이 마련됐나.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약물 운전 단속과 감정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다만 약물 운전은 음주 운전과 달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국민의 혼란과 불안감도 일부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과수 독성학과에서 단속 대상 약물 선정과 함께, 실제 단속과 처벌이 가능한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졸피뎀 혈중 농도 기준 연구를 준비 중이다. 연구엔 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본다.”

 

이봉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2026.04.20 원주=최상수 기자

―지난해 3월 국과수 창립 70주년을 맞아 본원 법공학동이 개청한 지 1년이 지났다. 법공학동 개청 의미는.

 

“본원 공간이 협소해 실험을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교통·안전 사고 관련 최첨단 감정 시설과 실험실을 갖춰 필요하면 실험을 통해 감정 신뢰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3D 파노라마 피어 리뷰(Peer Review·동료 검토)실’에선 가로 12m, 세로 3m인 초대형 파노라마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으로 재난 현장의 가상공간이 재현돼 현장을 가지 않고도 서로 토의하며 감정이 가능하다. 대응 가능한 모든 사건·사고 현장에 대한 가상 공간화를 통해 현장 자체가 데이터베이스화될 계획이다. 최근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의 가상 공간화를 완료했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도 도입했다. 실제 교통사고 현장을 가상공간에 재현해 원인 분석을 위한 감정에 활용 중이다.”

 

―AI 전환 TF가 하는 일은. AI 기반의 감정은 어떻게 가능한가.

 

“AI 기반 정량적 분석 체계를 구축해 업무를 효율화하고 유관 기관에 자동화된 감정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우선 ‘포렌식 AI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각 감정 분야의 AI 적용 수요를 파악하고 AI 기반 분석 자동화 모델과 감정서 초안 생성 기술을 연구할 예정이다. 일례로 블랙박스 등 영상을 기반으로 고의 교통사고를 자동 판별하는 지능형 감정 시스템이나 현미경 디지털 이미지 기반 미세 증거물 자동 탐지 모델 개발이 가능하다. 올해 자체 개발과 외부 공모를 통해 포렌식 AI 플랫폼 구성용 모듈 4개를 확보하려 한다. 또 전기 시설물의 단락(합선) 흔적을 분석해 화재 원인을 판단하는 ‘단락흔 원격 감정 플랫폼’을 개발했다. 경찰이 플랫폼을 통해 화재 현장 증거물의 사진·영상 감정을 의뢰하면 AI가 일차적으로 감정하고 국과수 감정관이 검토해 당일 결과를 회신한다. 그 전엔 평균 3∼4주가 걸렸다. 지난해 7월 전국 지방경찰청에 배포해 이 플랫폼으로 감정 40여건을 진행했다. 플랫폼은 최근 해양경찰청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국방부를 통해 군 수사기관에서도 운영할 계획이다.”

 

―국과수의 국제적 위상은. 해외에 ‘K과학수사’ 기법도 전수하고 있는데.

 

“국과수는 국외 특허 19건, 국내 특허 300건을 보유하고 있다.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몽골, 베트남 등지에 K과학수사 기법을 알리고 있다. 볼리비아엔 2028년까지 장비 지원, 감정 노하우 공유 등을 통해 성폭력 같은 젠더 기반 폭력 사건 대응 역량 강화를 돕는다. 알제리 과학수사 역량 강화 사업도 추진 중이다.”

 

―2024년 2월 취임해 올해 2월 임기 2년이 끝나 연임했다. 지난 2년여간 주력한 부분은.

 

“‘정확하고 신속한 감정’을 하는 국과수를 구현하고자 했다. 신속하고 정확한 감정이 국과수 모토였는데,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정확성에 더 신경 쓰자는 취지다. 그래야 국과수의 핵심 가치인 신뢰성 확보에 보다 기여할 수 있다. 또 출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려 노력했다. 직원들을 위해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심리 상담 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봉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2026.04.20 원주=최상수 기자

―남은 임기 동안 역점 과제는. 의대 열풍에 따른 법의관 인력난 대책이 있나.

 

“5개 지역에 지방연구소가 있는데 제주는 분원이고 민간 건물을 빌려 쓴다. 서울·대전 연구소도 오래돼 열악하지만 당장 제주분원 건물을 신축해야 한다. 토지 매입, 공사 등 2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제주분원 부검실은 옛 경찰교육센터에 있는데, 항균 기능을 제대로 갖춘 부검실을 짓고 싶다. 법의관은 일반인보다 3배 정도 결핵에 많이 걸린다. 법의관 부족은 오래된 문제다. 정원이 46명인데 현원은 35명이다. 지난해 국과수가 8234건을 부검했는데 법의관이 부족해 그중 2651건은 외부의 민간 인력에 맡겨서 했다. ‘연봉 자율 책정 특례’ 적용이 가능한 임기제 공무원으로 법의관 채용을 추진 중이다.”

 

―어떻게 국과수 법의관이 됐나. 지난 28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전공의 시절, 국과수에 근무하던 선배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법의학이 변사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분야라 흥미도 있었다. 그렇게 1998년 7월 법의관으로 국과수에 입소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중앙법의학센터(법의학부 전신)장 시절인 2017년 세월호 인양 후 사망자 신원 확인을 위해 진도군 현장에 머무르며 유전자를 채취해 헬기로 본원에 보냈다. (시신) 신원을 확인해 오랫동안 기다리던 가족 품에 돌려 드렸던 그때는 영영 못 잊을 것 같다.”

 

―국과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국과수 일원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국과수 영문명은 ‘내셔널 포렌식 서비스(National Forensic Service)’다. 수사기관이 의뢰한 감정을 수행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기에 사회 안전망에 기여한다. 감정관들은 독립적으로 일하고 케이스를 보며 연구해 자기 능력을 발현하면서 계속 발전할 수 있다.”

 

이봉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경남 창원 출생(1967년생) ●부산대 의학과 학·석·박사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장(현 광주과학수사연구소장)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장 ● 〃 중앙법의학센터장 ● 〃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 ●제5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2024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