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각본·촬영 다한 AI… 1인 영화시대 ‘레디 액션’

5월 인공지능 제작 영화 2편 개봉

한복 입은 남자

화가 루벤스·장영실 만남 스크린화
15세기 조선·伊 르네상스 시대 구현
영상 전 과정 ‘생성형 AI’로 만들어

아이엠 포포

잠재적 범죄자 제거하는 경찰 AI
`인간 윤리 충돌… 사회적 논란 그려
판에 박힌 구성 등 완성도는 한계

“100%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장편”을 표방한 영화 두 편이 다음 달 21일 나란히 개봉한다. 미술가이자 웹툰 작가인 김일동의 ‘아이엠 포포’와, 소설 ‘한복 입은 남자’를 원작자 이상훈이 동명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두 영화 모두 실제 배우나 세트 없이 전 과정을 AI로 구현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아이엠 포포’는 의식을 지닌 AI 로봇이 가정과 공공기관·경찰 등 사회 전반에서 활약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AI는 미래의 기후를 예측해 댐 수위를 조절하는 공적 업무부터 저녁 메뉴를 결정해주는 사적 일상까지 인간을 돕는다. 그러던 중 AI 경찰 ‘포포’가 한 초등학생 남아를 “범죄자로 성장해 사회에 해악을 미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는 판단 아래 사살하면서 법정 공방과 사회적 논란이 벌어진다. 김 감독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다.



‘한복 입은 남자’는 바로크 시대 화가 루벤스의 그림 속 인물이 조선 과학자 장영실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이야기로, 동명의 뮤지컬로도 제작된 바 있다. 배급사 블루필름웍스는 영화 ‘한복 입은 남자’에 대해 “미드저니, 클링, 나노 바나나 등 최신 생성형 AI 툴을 활용해 15세기 조선과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두 작품 모두 영화 제작 경험이 없는 감독이 완성한 장편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1인 영화 시대 개막”

이 가운데 ‘아이엠 포포’가 24일 서울 중구 서울영화센터에서 시사회를 열고 먼저 베일을 벗었다. 일반적인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촬영·조명·미술·의상·분장 등 연출부와 제작부 수백 명 스태프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선 챗GPT, 클링, 디자인(Dzine), 헤일로(Hailuo) 등 AI 툴 이름이 크레디트에 나열된다. 김 감독은 연출, 각본, AI 프롬프트 라이팅 등 일인 다역을 맡으며 대부분의 작업을 사실상 혼자 수행했다.

김 감독은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작품을 통해 가장 주장하고 싶은 건 ‘1인 영화’ 시대의 개막”이라며 “영상과 시나리오 등 대부분 작업을 혼자 진행했다”고 말했다. 프로덕션 매니지먼트와 음악·음향 작업에 일부 인력이 참여헀지만 소수에 불과했으며, 제작 전반은 시나리오를 프롬프트로 입력해 영상을 생산하는 개인 작업에 가까웠다는 설명이다. 제작 기간은 약 2~3개월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배우 대신 ‘페이스 레퍼런스(Face Reference)’ 개념을 도입한 점도 특징이다. 유명 배우를 기용하는 대신, 김 감독은 지인들의 동의를 얻어 얼굴 데이터를 활용, AI 캐릭터로 구현했다. 그는 “AI로 자동 생성한 얼굴이 서로 비슷해 보이는 한계를 보완하고 캐릭터 개성을 살리고자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목소리 연기는 전문 성우가 맡았으며, 더빙을 먼저 진행한 뒤 음성에 맞춰 영상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 AI 활용 장편 상업영화’를 표방하고 개봉한 강윤성 감독의 ‘중간계’와 차이를 보인다. ‘중간계’가 변요한·김강우·방효린 등 실제 배우의 실사 촬영을 기반으로 하되 크리처 생성과 차량 폭파, 건물 붕괴 등 특수효과에 AI 도움을 받았다면, ‘아이엠 포포’는 영상 전 과정을 AI로 구현한 사례다.

 

◆완성도 한계 뚜렷… 가능성도 제시

집단 창작의 대표 예술인 영화를 ‘개인 작업’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파격적이지만, 결과물은 아직 실험 단계에 가깝다. ‘아이엠 포포’는 극장 개봉작으로 보기에는 완성도가 현격히 낮다. 반복적이고 판에 박힌 화면 구성, 캐릭터의 어색한 동작, 목소리와 입의 싱크 불일치, ‘언캐니 밸리’ 현상이 두드러지며 64분 러닝타임을 유지하는 데도 한계를 보인다. 생성형 AI 특유의 부자연스러운 이미지로 인해 몰입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다만 김 감독은 기술 발전 속도를 강조했다. 그는 “이 영화를 완성한 1년 전과 지금의 AI 기술 수준은 큰 차이가 있다”며 “오늘날의 기술로 (영화를) 다시 만든다면 인물 일관성 문제 등은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툴에 모션 그래프 기능이 출시되며 연기 표현도 자연스러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야기의 힘’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앞으로는 저예산으로도 ‘스타워즈’ 시리즈 같은 우주 SF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릴 것”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힘이다. 스토리에 공을 들인다면 충분히 괜찮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