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안 시행 두 달째 ‘CU사태’ 등 노사간 긴장 격화 현장 혼란 없게 실무기준 정리 미완의 과제 함께 풀어나가야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 사회에서 ‘봉투’는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비자금 봉투, 촌지 봉투 그리고 이번에는 ‘노란 봉투’입니다. 경남 진주 CU물류센터 앞 화물연대 집회 현장에서 원청과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 집회를 하던 화물노동자가 원청이 투입한 대체 차량에 치여 숨지고, 3명의 사상자를 낸 대체 배송 차량 운전자에게 경찰이 살인죄를 적용하면서 사회적 공방이 커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등판해 ‘노란봉투법 때문에 일어난 사건들이 아니라, 오히려 노란봉투법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아 일어난 사건들’이라고 강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25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6년 3월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중 일부를 개정한 법률입니다. 형식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뿐만 아니라 원청 기업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체를 ‘사용자’로 인정해서 사고 발생 시 노동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정리해고, 사업 통폐합 등 경영 문제를 가지고 노동조합이 쟁의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고, 개별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함으로써 노동자의 생존권과 근로권 그리고 쟁의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취지입니다. 취지만 보면 잘못된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요?
서아람 변호사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제는 ‘비용’입니다. 노란봉투법에서는 ‘사용자’를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 있는 자’로 확대 규정했습니다. 그렇다면 하청, 재하청, 재재하청을 거치는 경우 원청은 도대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하청업체가 많은 대기업의 경우 일 년 내내 수십 개의 노조와 단체교섭만 하다가 끝나는 거 아니냐는 푸념도 나옵니다. ‘실질적, 구체적 지배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근로조건에 개입하지 않는 노선을 택하는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무겁게 처벌받으니, 원청은 진퇴양난에 처한다는 지적입니다.
기존에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것에 대해서만 할 수 있었던 노동 쟁의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과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에 대해서도 할 수 있게 한 것과, 근로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한 것 또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 정리해고, 조직 개편, 사업장 이전, 인수합병(M&A) 등 크고 작은 모든 경영상 결정이 사실상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쟁의를 무제한 허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기업으로서는 어떠한 경영상 결정을 내리든 파업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셈입니다. 실제로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만에 외주 근로자 또는 하청업체 고용 비율이 8% 이상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두고 “노란봉투법 때문이다”라고 하는 것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만들어서 학교폭력 사건이 늘어났고, 민사소송법을 만들어놔서 민사소송이 늘어났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노동자 사망 사건의 원인은 현장 상황, 대체 차량 투입 과정과 방식, 안전 관리, 원청과의 교섭 경과, 하도급 구조의 실질, 집회 현장의 위험 통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개정법 시행 이후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노사 간 긴장이 커지면서 충돌이 격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법률 하나의 존재 때문이 아니라, 아직 새로운 법률을 받아들이고 소화할 준비가 되지 않은 우리 근로 현장의 문제점 때문입니다.
물론, 노란봉투법 자체는 완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입법자들은 입법의 근본적 딜레마에 항상 시달립니다. 법문을 너무 구체적으로 규정하면 적용의 공백이 생기고, 그렇다고 너무 추상적이거나 포괄적으로 규정하면 불분명하다는 논란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는 입법 단계에서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모든 법률은 ‘기관의 유권해석과 법원의 판례’를 통해 보완되어 나가야 합니다.
사용자성을 부여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은 어떤 기준을 충족할 때 인정할 것인지, 예를 들어 원청이 단순히 품질 기준을 제시한 것인지, 안전 관리 의무를 이행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노동시간과 물량과 운임과 작업 방식을 결정한 것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또한 ‘원청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관리의무를 이행하면 사용자성이 인정되어 불리하다’는 부당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도록, 안전 관리 목적의 지휘와 근로조건 결정에 대한 실질 지배를 구분하는 세부 기준이 필요합니다. 안전을 챙기면 교섭 책임이 커지고, 안전을 소홀히 하면 처벌받는다는 식의 딜레마를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손해배상책임 규정 또한 균형 있게 해석되어야 합니다. 집단행동이라는 이유만으로 폭력, 점거, 손괴, 안전 위협에 대한 책임까지 흐려져서도 안 됩니다. 법원이 각자의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따지도록 한 취지는 책임을 면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공정하게 나누자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입증 책임과 증거 기준, 책임 비율 산정 방식에 대한 실무 기준이 정리되어야 합니다. 합법적인 쟁의행위는 보호하되, 명백한 불법행위는 책임을 묻는 구조가 함께 마련되어야 노사 모두 법을 신뢰하고 그에 맞춰 경영 구조를 개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란 봉투 안에 든 것은 정답이 아닙니다. 정부, 기업, 노동조합이 손잡고 풀어 나가야 할 미완의 과제입니다.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편을 가르며 분쟁을 벌이기보다는, 노사 문화를 개선하여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합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