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심상치 않다. 매물은 씨가 마르고 가격도 다락같이 오른다. 어제 KB부동산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8147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세공급 부족상황을 나타내는 서울 전세수급지수도 4월 셋째 주 108.4로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법 후폭풍으로 전세난이 극심했던 2021년 6월(110.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급부족해소를 등한시한 채 땜질식 처방과 반시장규제로 일관했던 문재인정부 시절의 ‘전세대란’이 되풀이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재명정부의 전세난 심화도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금 중과와 대출 죄기 등 수요억제 일변도 정책이 더해진 결과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토지거래허가 등 규제지역으로 꽁꽁 묶은 뒤 다주택자를 향해 주택 매각을 압박하는 세금·대출 등 전방위 규제를 가하고 있다. 다주택자는 민간에서 임대주택의 70∼80%를 공급하는데 정부가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아 적대시하니 전세시장은 급속히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아파트 대단지에서는 전세물건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비명이 터져 나온 지 오래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외려 서민과 실수요자의 주거불안을 키우는 형국이다.
이도 모자라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폐지 논란까지 불거지며 시장불안을 키우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주택자라도 비거주자까지 세금을 깎아줄 수는 없다며 장특공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뜻을 수차례 밝혔다. 여당은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비거주 1주택자 양도세 중과 문제를 논의한 바 없다고 발을 빼고 있지만 눈 감고 아웅 하기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보유공제(40%)가 사라지고 거주공제(40%) 위주의 세제 개편이 강행된다면 비거주 1주택자들은 집을 팔기보다 직접거주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 기존 세입자들은 갈 곳 없는 전세 난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
서민에게 전세는 단순한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내 집 마련으로 가는 징검다리다. 이 다리가 끊기면 그 피해는 청년과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종전 대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따져보고 정책 방향과 범위·강도를 다시 세심하고 정교하게 설정하기 바란다. ‘공급절벽’을 해소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다. 단기 수요억제책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공급확대와 규제 완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집이 넉넉히 공급된다는 믿음을 줘야 시장 안정을 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