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인간 일자리가 소멸된다’는 비관론은 절반의 진실이다. 세계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AI 대체 직업 1순위로 꼽힌 콜센터업계에서는 최근 인간 상담사를 다시 채용하는 흐름이라고 한다. AI 상담에 대한 고객 항의가 적지 않아서다. 사람의 공감·친절·호응이 필수인 서비스는 AI로 대신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단순 반복 성격의 일자리는 모두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과도한 공포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로봇으로 대표되는 피지컬 AI 도입으로 생산성 향상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자동차 핸들을 제조하는 한 기업은 자율주행이동로봇(AMR) 2대를 들이고 4개월 만에 7.4%의 개선효과를 봤다. 직원 만족도 또한 높아졌다. 로봇이 자재를 적시에 공급해준 덕에 업무 부담이 줄었고, 품질관리나 이상 대응처럼 보다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피지컬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일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필수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생산현장의 AI 도입이 근로자 일자리를 없앤다는 노조식의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돼선 안 된다. AI와 공존하는 유연성이 노사 모두에게 절실한 시대다. 사측은 AI를 근로자를 감시·통제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도구로 활용해선 곤란하다. 콜센터 직원 사이에선 오랜 기간 축적한 상담 노하우가 충분한 설명이나 동의 없이 AI 학습에 활용된다는 불만이 크다고 한다. AI와 사람의 업무범위부터 분리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나누는 한편 AI로 근로자 업무를 지원해 생산성을 높이는 공생 모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AI 도입으로 생산현장 근로자의 업무는 운영과 관리, 판단 중심으로 바뀔 전망이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직업 훈련을 통한 직무 전환과 재설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산업용 로봇이 야기하는 안전사고 예방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지난 11년간 연평균 2.4명이 산업용 로봇을 둘러싼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방호장치의 미설치 또는 오동작이 전체 로봇 재해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로봇 안전인증제도는 법적 근거가 없어 사문화된 형편이라고 하니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