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대출규제 여파… 경매 급증

1분기 신청 13년 만에 최대
2025년 상업·업무시설 7만건
주거시설은 2021년의 두 배

2026년 1분기 신규 부동산 경매 신청 건수가 1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 심화와 고금리에 따른 대출 규제 여파가 주택·상가·공장 등 전반으로 확산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7일 법원경매정보 통계와 법무법인 명도 등에 따르면 지난 1∼3월 법원에 신규로 경매가 신청된 물건 수는 총 3만541건으로 집계됐다. 2013년 1∼3월(3만939건) 이후 1분기 기준으로 13년 만에 최대다. 경매 신청 건수는 돈을 빌려준 사람이 채권 회수를 위해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법원에 넘긴 물량으로,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23년 1분기 2만169건이던 경매 신청 건수가 3년 만에 1만건 이상 급증했다는 건 그만큼 경기가 악화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연간 기준으로 따져도 신규 경매 물건은 2023년 10만1145건, 2024년 11만9312건, 2025년 12만1261건으로 증가세다.

 

2026년 1분기 신규 부동산 경매 신청 건수가 1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경매 물건 증가세는 경매 부동산 전 유형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주거시설 경매는 지난해 10만8742건으로 2021년의 두 배를 넘었고, 올해도 4월까지 4만219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3만2132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빌라 등 비아파트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4월 기준 주거시설 경매 1만2426건 중 비아파트가 70% 이상을 차지했다.

 

상업·업무시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관련 경매 진행 건수는 7만건을 넘기며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고, 올해 4월에도 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온라인 소비 확산과 경기 부진으로 상가 공실이 늘고 수익성이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낙찰률도 10∼20%대에 머물며 유찰이 누적되는 상황이다.

 

강남권 일대 상업용 고가 건물 일부도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재입찰에 들어가는 등 시장 위축 흐름이 확인된다. 공장 등 산업시설 경매 역시 증가세다. 이달 진행 건수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며 실물 경기 둔화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확대와 집값 정체·조정이 맞물리면서 잠재돼 있던 부실이 경매로 표면화되고 있다”며 “상가 역시 경기 침체와 자영업 환경 악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소비 확산에 따른 오프라인 상권 약화로 공실과 폐업이 늘면서 경매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매 물건 증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금리 부담이 큰 상황에서 임의경매(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금융기관이 신청하는 경매)가 늘고 있고,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강제경매 증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