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흔들림없이 추진… 北 호응 기대”

판문점 선언 8주년 축사

“전쟁종식 우리가 가야 할 미래
중동전 불안 한반도 전이 안 돼
적토성산의 자세로 노력할 것”

문재인 前 대통령, 북·미대화 촉구
“트럼프 특유의 결단력 발휘할 때
李대통령 다시 평화이어달리기를”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4·27 판문점 선언’ 8주년을 맞아 “단절과 적대의 땅에 평화의 꽃을 피워야 하는 것은 남북 모두의 숙명”이라며 “전쟁과 대결은 공존이 아닌 공멸”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측의 체제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앞으로도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들을 주도적으로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북한을 향해서는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호응해 오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 8주년 기념식에서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홍 수석은 “대통령께서 이 자리에 꼭 함께하고 싶었는데 불가피한 일정으로 저를 대신 보냈다”고 했다. 판문점 선언은 2018년 4월27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낸 선언문으로, 남북관계 개선 및 평화체제 구축 등을 골자로 한다.

“8년 전처럼 남북관계 개선 물꼬 트자” 우원식 국회의장(왼쪽부터)과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등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8년 전처럼 남북 관계 개선을 북·미 대화로 나아가는 가교로 삼기 바란다”며 “남북 대화야말로 지금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8년 전 판문점 선언 당시를 두고 “한반도에 봄기운이 완연했다”며 “오랜 반목과 갈등을 지속해 온 한반도에도 드디어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로 넘쳐났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고 짚었다.

 

‘전쟁 종식’과 ‘항구적 평화체제’, ‘남북의 공존과 번영’을 판문점 선언의 핵심 정신으로 꼽은 이 대통령은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미래”라며 “특히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과 불안이 한반도로 전이되지 않고, 한반도 모든 구성원이 전쟁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겠다는 뜻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는 출범 이래 한반도의 평화적 공존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선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며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며,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밝혀 왔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겨울이 길어도 끝내 봄은 온다. ‘적토성산(積土成山·흙을 쌓아 산을 이룬다)’의 자세로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을 향한 노력을 하나씩 쌓아간다면 완연한 봄이 한반도에 다시 찾아올 것이라 굳게 믿는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념식에 직접 참석했다. 문 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대화의 의지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과감하게 마주 앉기 바란다”며 “군사력을 증강하며 고립과 단절의 벽을 높이는 것으로는 진정한 안보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8년 전처럼, 남북관계의 개선을 북·미 대화로 나아가는 가교로 삼기 바란다”며 “남북 대화야말로 지금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선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특유의 결단력과 지혜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8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은 그 어느 곳보다 어렵고 험난한 여정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우리가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우리 힘으로 한반도에 ‘공존과 평화의 모델’을 완성해 나간다면, 그것은 균열된 세계 질서를 바로잡고 다시 세우는 거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정부의 역할과 관련해선 “역대 정부의 성과는 더욱 단단히 다져 이어가고, 과거의 한계는 지혜롭게 뛰어넘는 ‘평화의 이어달리기’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멈춰 선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해 한반도가 대결의 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평화공존과 번영의 땅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문재인정부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지금의 혼돈과 불확실성, 답답한 상황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한반도와 남북관계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평화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태도와 실천”이라며 “적극적인 노력은 때가 왔을 때 반드시 결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전쟁의 언어보다 평화의 언어를 더 크게 키워내겠다”며 “한반도 긴장을 낮추고, 대화의 문을 다시 열고, 협력의 길을 다시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