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파키스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무산되면서 양국 간 군사적 대치 상태가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자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유가 급등이라는 고통을 받고 있고, 이란 역시 장기적인 경제 제재에 더해 미국의 해상 전면 봉쇄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 모두 ‘정치적인’ 문제로 먼저 물러날 수가 없기 때문에 ‘누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물러나느냐’라는 싸움에 들어갔다. 흡사 한 쪽이 이길 때까지 서로 피해를 무릅쓰며 경쟁하는 ‘치킨게임’ 형국이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2차 종전 협상이 불발된 것은 미국과 이란 양국의 입장차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파견을 공식 발표할 만큼 이란과의 협상 의지가 강했다. 또한 2차 종전 협상이 무산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원하면 우리에게 전화하면 된다”며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 모두 현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인식이다. 양국은 ‘시간은 내 편’이라고 여기며 상대의 양보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과 이란 모두 이번 전쟁이 자신의 ‘정치 생명줄’과 직접적으로 연결됐다고 여기고 있어 ‘버티기’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협상 교착 국면 분석 기사에서 “세계 경제에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린 대치 상황 속에서 이란과 미국은 상대방보다 더 오래 버티기를 바라면서 평화도 전쟁도 아닌 어색한 교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IRGC는 미국에게 굴종적인 협상을 하게 되면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또한 이란 일각에선 3~6개월은 버틸 수 있으며,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경제적 고통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경제난으로 촉발된 대규모 이란 반정부 시위 사태가 보여줬듯이 이란 역시 미국의 해상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정권에 큰 부담이 되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미국의 이란 해상봉쇄가 길어지면 이란도 원유 수출이 불가능해져 장기간에 걸친 이란의 원유 생산 차질로 이어져 이란에 큰 경제적 압박이 되는 측면도 있다.
미국 역시 먼저 이란을 공격했기 때문에 이란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입장에선 이란에 많은 것을 양보할 경우 전쟁을 일으킨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올해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미국은 휴전 후 이뤄진 전격적인 호르무즈해협 역봉쇄로 이란에 경제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헌법상 전쟁 선포권을 가진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이란 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에 ‘전쟁 시한’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5월1일이면 의회의 승인 없이 미 대통령이 전쟁을 할 수 있는 ‘60일’의 시한이 끝난다.
미국과 이란 간 2차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국시각 27일 오전 8시50분 기준 전거래일 대비 2.14% 오른 배럴당 107.58달러를 나타냈다.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96.25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96% 올랐다.
이란의 전 부통령 출신 정치학자 사산 카리미는 NYT에 “전쟁은 멈췄지만 영구적 해결책은 없는 상태”라며 “이 상황이 단기 충돌보다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