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공정수당’ 도입 실험실… ‘이재명표 수당’ 6年 살펴보니 [오상도의 경기유랑]

2021년부터 경기도·산하기관 직접 고용 기간제에 공정수당 지급
‘생활임금’이 기준…계약 2개월 이하에 최고 10%, 12개월은 5%
2021년 3038명에 23억2500만…올해 2303명에 30억9600만
계약 기간 짧을수록 더 많이 주는 보상구조…예산 문제로 확산 한계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인 2021년 지방정부 최초로 ‘공정수당’을 도입했습니다. 앞서 프랑스, 영국, 호주, 스페인 등이 도입한 비정규직(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위로금 성격이 강했습니다. 이를 벤치마킹해 ‘불안정’, ‘저임금’이란 비정규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려 나선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당시 이 대통령은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가 보수까지 덜 받는 건 중복차별”이라며 “고용 기간이 짧을수록 더 많은 보수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로써는 고용 불안정성에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려는 혁신적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상징적 의미’와 ‘실질적 효과’ 사이에서 평가가 팽팽하게 엇갈렸죠.

 

◆ 프랑스·영국·스페인 등 벤치마킹…엇갈린 평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공정수당은 다시 화두가 됐습니다. 이번에는 11개월 일하면 최대 249만원, 한 달만 일해도 38만원을 더 받을 수 있는 공공분야 비정규직에 대한 지원금 성격이 강합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직접 고용한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일종의 퇴직 위로금인 공정수당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비정규직에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해 가급적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유도하라는 이 대통령 지시에 따른 조치입니다. 공공부문부터 제도를 개선하고 점차 민간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죠.

 

정부안에 따르면 1~6개월 근무 시 올해 평균 생활임금인 기준금액(254만5000원)의 10~9%, 6~12개월은 8.5%를 정액으로 줍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사로 일하던 당시의 수원시 팔달구 옛 경기도청.

이 제도의 성격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잠시 시계를 되돌려 보겠습니다.  

 

2021년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가 도입한 공정수당은 도와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1년 이하 직접 고용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생활임금(당시 1만540원)의 5~10%를 공정수당으로 차등 산정해 계약 만료 때 지급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계약 기간 2개월 이하에 최고 10%의 수당을 지급하고, 점차 줄어 11~12개월 근무하면 5%로 가장 낮게 설계됐습니다. 

 

이를 당시 생활임금으로 계산하면 10%일 때 33만7000원, 5%일 때는 129만1000원을 더 받는 식입니다. 근무 기간이 길수록 액수가 늘기 때문이죠. 생활임금이 더 늘어난 올해의 경우 10%일 때 40만1000원, 5%일 때는 153만7000원을 더 받습니다.

 

민선 7기 경기도는 2021년 도와 산하 공공기관의 직접 고용 기간제 노동자 3038명에게 모두 23억25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이어 민선 8기로 바뀐 2022년 2733명(25억7900만원), 2023년 2876명(24억1300만원), 2024년 2715명(26억9500만원), 2025년 2756명(28억9000만원)에게 공정수당을 지원했습니다. 기간제 노동자 수의 증감과 근무 기간에 따라 예산은 소폭 증가해 왔습니다. 

 

올해에도 2303명에게 30억96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됐습니다. 김동연 지사가 도정을 이끌어온 지난 4년간 공정수당의 정신과 내용은 그대로 유지·발전된 셈입니다.

지난 24일 공공운수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임금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 “고용 불안할수록 임금 높아야”…상징적 의미 vs 실질적 효과

 

다만,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기관으로 확산·파급된 효과는 미미해 보입니다. 이재명 지사 시절 경기도는 공정수당 도입 때부터 고용노동부에 전국 단위의 수당 도입을 건의했습니다. 또 경기연구원을 통해 확산 방안을 연구했지만 전국적인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광주광역시는 2021년 당시 이용섭 시장 체제에서 ‘비정규직 공정수당’ 도입을 검토하고 예산을 편성한 사례가 있습니다. 서울시 노원구는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용 불안정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전국적 공정수당’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앞서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노동 정책 기조(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와 결을 달리했고 중앙 정부 차원의 확산은 멈춘 상태였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관련 수당의 지급 근거를 담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죠.

 

민간까지 확대하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선 대학이나 기업에선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늘릴 경우 비정규직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당장 돈을 손에 더 쥐여주는 것보다 일할 능력과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게 더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동안 도내 반응은 비교적 괜찮았습니다. 도 산하기관 기간제 근로자 A씨는 “정규직에 비해 적은 임금이 공정수당 덕분에 조금이나마 개선됐다”며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종의 보상금 성격이 짙어지면서 체감 효과는 떨어지는 분위기입니다. 긍·부정도 엇갈립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운데)가 27일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신청한 도민과 대화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보상 체계의 전환…민간 영역·간접 고용에는 혜택 없어

 

상징성 및 소득 보전에는 주는 점수는 다소 높습니다.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이라는 개념을 국내 최초로 정책화했다는 점은 평가받습니다.

 

연간 2000여명의 노동자가 1인당 평균 수십만원에서 최대 200여만원 수준의 수당을 추가로 받아,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보전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비판도 있습니다.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첫 번째입니다. 직접 고용 인력에만 한정돼 정작 보호가 가장 필요한 민간 영역이나 간접 고용 노동자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일각에선 “근본적인 고용 안정이 아닌 일회성 위로금에 불과하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특히, 정규직 전환이라는 근본적 해결책 대신 돈으로 불안정성을 때우려 한다는 비판이 노동계 일부에서 제기됩니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나 노동자의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는지에 대한 지표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기도의 공정수당은 “고용 불안정에 비용을 매긴다”는 정책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는 일단 성공했습니다. 반면 대상 범위의 한계와 정치적 상황 변화로 강력한 사회적 모델로 정착하기보다는 경기도만의 실험 정책으로 남은 측면이 강합니다.

 

지금은 많은 지자체가 단순히 수당을 주는 방식보다, 생활임금 제도를 통해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에 더 집중하는 추세입니다.